백악관, 미 건국 250주년 맞아 9시간 기도 행사 개최한다
-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6-05-15 21:04:31

백악관이 오는 17일(주)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미국의 기독교적 기원을 되세기고 “미국의 영적 재헌신 운동”의 계기가 될 9시간 규모의 기도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에 따르면, ‘리데디케이션 250: 국가 기도·찬양·감사 희년 행사(Rededicate 250: National Jubilee of Prayer, Praise & Thanksgiving)’는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사업 예산 일부를 지원받아 진행된다. 행사에는 복음주의 개신교 지도자들과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백악관 고위 신앙 고문인 폴라 화이트-케인(Paula White-Cain) 목사는 지난달 웨비나에서 “이번 행사는 성경과 기독교 가치 위에 세워진 미국의 역사와 토대에 관한 것”이라며 “진정으로 미국을 하나님께 다시 봉헌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종교사 연구자들의 말을 인용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국가적 기념일마다 일반적인 감사 기도를 올린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형태의 전국 단위 기도 행사는 현대 미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9시간 동안 이어지는 일정, 수십 명의 기독교계 연사, 그리고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부 장관,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 의장 등 정부 고위직들이 보수 개신교 성향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참석한다.
표현 및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조항인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교회와 국가의 분리 원칙을 옹호하는 침례교 단체 BJC(Baptist Joint Committee)의 대표 아만다 타일러(Amanda Tyler)는 “이 정도 규모로 고위 정부 인사들이 참여해 미국을 이른바 ‘기독교 국가’로 묘사하려는 시도는 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개월 간 반복한 ‘미국을 다시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과 일맥 상통한다.
이번 행사 역시 종교를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는 흐름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독교 사립대 리전트 대학교(Regent University)에서 미국 초기 역사와 종교를 연구하는 마크 데이비드 홀(Mark David Hall) 교수는 이번 행사를 대통령들이 매년 발표하는 추수감사절 선언과 유사한 성격을 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홀 교수는 이번 행사의 종교성이 “강요가 아니라 권장에 가깝다.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례 없는 행사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백악관에서 이례적으로 종합격투기(MMA) 경기가 진행 예정인 것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교 관련 행보를 둘러싼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ABC 뉴스, 입소스(Ipsos)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는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물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3분의 1만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대변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프리덤 250(Freedom 25)’의 고문 대니얼 앨버레즈(Danielle Alvarez)는 “전국의 다양한 종교 지도자와 공동체의 의견을 반영했다. 다양한 신앙과 배경,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미국의 특별한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행사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종료되며, 군악대 공연과 6개 기독교 음악팀의 무대가 예정돼 있다. 행사는 과거 하나님이 미국에 베푸신 ‘기적’, 개인적 ‘치유 간증’, 하나님 앞에서 미국의 신앙 정체성을 다시 다짐하는 ‘재헌신(rededication)’ 등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또한, 행사에는 미국 건국 역사를 교육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 중인 이동식 전시관 ‘프리덤 트럭(Freedom Trucks)’ 대형 트럭도 전시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장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지만, 영상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공공 종교 연구소(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 PRRI)의 대표 로버트 존스(Robert Jones)는 “미국은 어느 때보다 종교적으로 다양해졌으며, 미국인의 약 3분의 1은 종교가 없다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반유대주의와 반이슬람 정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홀 교수는 미국 건국의 기독교적 뿌리를 강조하는 행사 주최 측이 “선의에서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건국 당시 지도층 대부분은 개신교 신자였다”며 “미국은 기본적으로 개신교·가톨릭·유대교 전통을 공유해왔고, 공통점을 기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26년의 미국은 매우 다양해졌으며, 건국의 아버지들 역시 모든 신앙을 가진 개인들에게 열려 있는 국가를 설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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