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통합 오색국수' 오찬 마련…野 A4 용지 꺼내 작심발언

사회일반 / 김재성 기자 / 2025-06-23 04: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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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오찬 회동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2025.6.22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는 취임 후 18일 만의 일이다.

취임 당일 국회에서 선서를 마친 후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와 오찬을 가진 바 있지만, 이번에는 여야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양당 지도부를 정식으로 초청했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붉은색이 교차하는 '통합' 상징 넥타이를 매고 자리에 앉았다.

행사 초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9분 일찍 입장한 이 대통령은 이미 자리에 와 있던 참석자들에게 "왜 이렇게 일찍 오셨느냐"며 인사를 건넸고, 축하 인사를 전하는 국민의힘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에게는 "제가 축하드립니다. 선거는 언제나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함께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오찬 테이블에는 통합의 의미를 담아 분홍색, 초록, 노랑, 검정, 흰색 다섯 가지 색상의 소면으로 만든 '오색 국수'가 놓였다.

이와 함께 강원도산 잣으로 만든 잣죽, 서산산 한우 양념구이, 전남 완도산 전복 냉채, 주문진산 대구 소금구이 등 '동서남북' 전역에서 가져온 재료로 조리한 '화합의 상차림'이 뒤따랐다.

오찬에 배석한 우상호 정무수석은 "다양한 색의 국수가 통합의 의미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얘기로 모두가 웃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통합을 강조하며 시작된 행사였지만, 야당 지도부의 강력한 발언으로 원탁 주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대통령은 먼저 G7 정상회의 참석 성과를 설명하며 외교·안보 등 대외 현안에 대한 입장 조율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의견이 있으시겠지만,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조정하고, 의견 차이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누군가가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니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가능한 한 빨리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씀하고 싶으신 내용을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충분히 말씀해 주시면 제가 잘 고려하겠다"며 야당에 발언 기회를 열어주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6.22 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약 7가지 정도 제언을 드리고 싶어 미리 정리해 왔다"며 A4 용지 3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들고는 이 대통령 재판과 사법부 독립 문제 등 미리 준비한 내용을 낭독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A4 용지 10장 분량 원고를 15분간 읽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를 상세히 비판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1년 2개월 후, 상황이 역전되어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의 작심 발언을 듣는 입장이 되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오늘 이 자리가 국가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협치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중하게 조언드린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배턴을 이어받은 송 원내대표는 발언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송 원내대표는 "우리는 야당으로서 비판할 부분은 분명히 비판하겠지만, 동시에 소통하고 협력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국가의 발전을 기원한다"며 "49.4%의 국민이 이 대통령을 선택했고, 50.6%의 국민은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통합과 협치를 위한 야당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송 원내대표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재산 형성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는 상황만 봐도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가 김 후보자의 태도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 청문회와 인준 절차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경멸하는 이런 오만한 태도의 인물이 총리가 된다면 여야 관계가 어떻게 될지 심사숙고해달라"고 하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 원내대표는 사법부 관련 입법 및 코로나19 대출 탕감 정책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을 인용해 "국정 동반자로서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 발언권을 가진 김 직무대행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김 직무대행은 "취임 불과 18일 만에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초청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720일이 걸렸다"며 "대통령의 협치에 대한 진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 통합과 정치 복원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지만, 지난 3년간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은 오히려 우리였고, 실제로 외면한 것은 윤석열 정부였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잘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우려하지 말고 기회를 달라. '허니문' 기간은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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