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열한 군인의 삶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그리는 예술가로… 조훈 작가의 ‘신앙과 예술’

인물 / 노승빈 기자 / 2026-09-27 21: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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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훈 작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군인이자 예술가, 그리고 신앙인이라는 참 독특하고 남다른 여정을 걸어오셨습니다.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53년 7월 6·25 전쟁의 끝자락에 부산에서 태어나, 1970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미 공군과 한미연합사령부(CFC) 자문관으로 안보의 최전선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두 번의 군 관련 은퇴를 거쳐 현재는 미국 조지아주 옥스퍼드에서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펼치며 '풀타임 아티스트'이자 청지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하실에 마련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즐기고, 금속 모델을 조립하거나 회화 작업을 이어가며 주님의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USC)에서 미술을 전공하셨지만, 청년기 이후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을 군에서 보내셨습니다. 엄격한 규율과 긴장감이 요구되는 안보 최전선에서 작가님을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이었나요?


단연 ‘신앙’이었습니다. 1980년 미 공군 입대부터 2000년 1차 은퇴, 그리고 2019년 한미연합사 자문관으로서의 2차 은퇴에 이르기까지 제 삶은 철저한 규율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격동의 이민 행로와 거친 군 생활 속에서 순간마다 개입해 주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신앙은 그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저를 받쳐준 가장 견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 ‘AbsO(Abstract Oriental, 추상 동양화)’ 회화

 

작가님의 대표 기법 중 하나인 ‘AbsO(Abstract Oriental, 추상 동양화)’ 회화가 교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기법은 어떻게 탄생했고, 그 안에 어떤 영적 의미가 담겨 있나요?


AbsO (Abstract Oriental) 기법은 제가 USC 재학 시절 영국 아티스트 데릭 사우설(Derek Southall) 교수님 밑에서 개발했습니다. 여러 장의 한지를 겹치거나 구겨서 먹과 동양화 색채를 스스로 스며들게 하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인위적인 성취보다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에 순종하는 크리스찬의 삶과 닮아있습니다.젖은 한지는 매우 취약(Fragile)하여 극도의 주의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주름과 찢어짐을 결점으로 보지 않고 예술의 일부로 수용합니다. 우리 인간의 연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주님의 신실한 도구로 빚어가시는 ‘토기장이 하나님’의 마음을 작업 매 순간마다 묵상하게 됩니다. 캔버스 겉면에 색을 칠하는 서양화와 달리, 한지 깊숙이 색이 배어들어 오묘한 깊이감을 주는 AbsO 회화는 외모가 아닌 인간의 ‘중심(내면)’을 보시는 하나님의 영성을 시각적으로 대변해 줍니다.

 

어릴 적부터 다져온 전통 미술적 기반이 AbsO 회화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미술적 모태는 어디서 비롯되었나요?


네, 맞습니다. 유년 시절 초상화가이셨던 할머니와 청전 이상범 화백으로부터 전통 수묵화를 배우며 예술적 기틀을 다졌습니다. 어린 시절 체득한 동양적 정서와 한지의 매력, 그리고 미국 유학 시절 접한 서양 추상 미술의 만남이 주님의 은혜 안에서 AbsO라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열매 맺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 달걀 공예 ‘미란(MiRan)

 

또 다른 대표작인 달걀 공예 ‘미란(MiRan)’의 탄생 배경도 궁금합니다. 깨진 껍데기에서 부활의 소망을 길어 올리셨다고 들었습니다.


1997년 척추 수술 후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던 고난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절망 대신 달걀 껍데기를 붙들었습니다. 독일 친구들에게 나누어줄 부활절 달걀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된 이 작업은 고난 속에서 저를 일으켜 세우신 하나님의 위로였고, 무려 1,130개의 달걀을 완성해내는 기념비적인 신앙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빈 달걀 껍데기를 세척하고, 구멍을 뚫어 속을 비워내고, 사포질을 거쳐 색을 입히는 정교한 ‘10단계의 공예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기독교의 핵심 진리인 ‘거듭남’과 ‘새로운 피조물’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보잘것없는 달걀 껍데기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미란’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달걀은 생명을 상징함과 동시에, 놀라운 강인함과 깨지기 쉬운 취약함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매체입니다. 쓸모없어 버려지는 달걀 껍데기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변화되듯, 죄로 깨어진 우리 영혼이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빚어지는지 미란(MiRan)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들이 각 가정으로 입양되어 주변을 밝히는 작은 ‘그리스도의 빛’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치열한 군 생활과 오랜 예술 작업의 길을 걸어오시는 동안, 곁에서 함께해 준 가족들의 존재도 매우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4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묵묵히 저의 외길을 지지해주고 가장 든든한 기도 동역자가 되어준 아내 미영 씨,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와 버지니아에서 훌륭하게 자라준 두 아들 조나단(엘리야)과 조슈아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가장 큰 축복입니다. 가족들의 기도와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와 제 작품들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고민하고 있거나, 삶의 터전에서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세계투데이 독자들에게 권면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이나 환경에 매이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 달란트를 끝까지 신뢰하고 활용하여, 여러분이 서 계신 그곳과 이웃을 향해 그리스도의 빛을 발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충심으로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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