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기 선교사(세계스포츠선교회 대표)
- 인물 / 노승빈 기자 / 2026-09-23 19:52:47
ㆍ34년 발칸반도의 이슬람국가 선교에서 세계스포츠선교회의 새로운 50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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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스포츠선교회의 대표 김용기 선교사 |
1993년부터 한국해외선교회(GMF), 개척선교회(GMP), 침례교해외선교회(FMB) 소속으로 알바니아에 파송된 김용기 선교사는 이슬람권인 알바니아에 최초로 태권도를 보급하고 알바니아 태권도협회를 설립하여 국가대표 감독을 맡는 등 스포츠를 통한 교회 개척과 지도자 양성에 앞장서 현재 알바니아는 공립학교에서 태권도를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와같이 34년간 알바니아와 보스니아를 비롯한 발칸 반도에서 태권도를 통하여 복음을 전해 온 김용기 선교사는 현지 청년대학생들을 가르치며 이를 활용하여 교회를 개척하고 지도자를 세웠던 그는 이제 사단법인 세계스포츠선교회의 대표로 새로운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2026년 창립 50주년을 맞은 세계스포츠선교회는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용기 대표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복음의 야성과 영성을 회복하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스포츠라는 특별한 선교의 접촉점을 가지고 있지만, 스포츠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복음을 선포하고, 선포된 복음을 삶으로 보여주어 사람들로 복음을 발견하게 함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를 세우는 것. 김 대표는 이것이 지난 34년 선교 현장에서 배운 스포츠선교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가 걸어온 선교의 길과 세계스포츠선교회의 새로운 50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예수님을 만나고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저의 신앙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할렐루야선교교회, 당시 체육인교회입니다.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스포츠와 복음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고 배웠습니다. 저 역시 태권도 선수와 지도자의 길을 걸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제가 가진 태권도를 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복음을 위해 사용하도록 부르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하나님을 위해 태권도를 선택했다기보다 하나님께서 이미 제 삶 속에 주셨던 태권도를 선교를 위해 다시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그 부르심을 따라 GMP 개척선교회 소속으로 알바니아에 들어갔고, 이후 보스니아를 비롯한 발칸 지역에서 34년 동안 하나님나라를 위해 순종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습니다.
당시 알바니아는 선교적으로 매우 낯선 땅이었을 텐데요. 태권도가 어떻게 복음의 통로가 되었습니까?
태권도를 보급하여 모든 도시마다 태권도 도장을 설립하고 그 도장이 교회되게 하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전략이었습니다. 가시적인 확장을 위해 방법에 집중하던 저는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훈련하면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보았고. 사범과 제자로 만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같은 관계로 이어지며 물리적 확장보다 중요한 진정성있는 관계와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스포츠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문이 될 수 있지만, 그 문을 통해 들어가야 할 것은 결국 복음이라는 사실을 배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태권도 자체를 선교의 성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삶을 섬기고,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돕고, 다시 다른 사람을 세우는 제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32년 동안 발칸에서 사역하셨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선교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현지에 무엇이 남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선교사가 모든 일을 잘하는 것이 좋은 선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그러한 삶을 추구했었습니다.) 오히려 현지 사람들이 스스로 교회를 섬기고, 지도자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을 세워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알바니아 현지인 교회인 쉬프레사교회를 25년간 담임으로 섬겼고 태권도를 통해 수많은 청소년과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앞에 서는 것보다 현지 지도자들이 앞에 서도록 돕는 것이 선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더욱 깊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선교는 결국 ‘나의 사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 9단이시고 오랫동안 태권도 선교를 해오셨습니다. 김 선교사님에게 태권도란 무엇입니까?
태권도는 제 인생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제 인생의 목적은 아닙니다.
저는 태권도를 통해 사람을 만났고, 국경과 언어와 종교의 장벽을 넘어 관계를 맺었습니다. 태권도가 있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곳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선교학적인 성찰로 태권도선교를 바라보면 “스포츠는 목적이 아니라 복음을 위한 다리”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다리는 사람들이 건너가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다리 자체만 바라보고 머문다면 다리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닙니다. 스포츠를 통해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스포츠선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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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년 선교 이야기를 담은 저서『발차기로 전한 복음』 |
최근에는 34년 선교 이야기를 담은 『발차기로 전한 복음』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쓰셨습니까?
『발차기로 전한 복음』은 ‘내가 무엇을 했다’는 기록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족한 한 사람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붙드시고, 태권도라는 작은 재능 하나를 어떻게 복음의 통로로 사용하셨는지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의 특별한 성공담이라기보다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이 “나에게 주어진 재능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리고 좁은 길을 가는 스포츠선교사님들과 그들을 지지하고 동역하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다면 하는 소원으로 글을 썼습니다..
오랜 해외선교를 마치고 이제 세계스포츠선교회의 대표로 섬기고 계십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특별합니다. 세계스포츠선교회는 1976년 창립되어 스포츠를 통한 복음전파와 체육인 제자훈련, 국내외 스포츠선교를 위해 섬겨온 초교파 선교기관입니다. 그리고 제가 젊은 시절 스포츠선교의 꿈을 품었던 신앙적 뿌리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2026년은 세계스포츠선교회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저는 이 시점에 대표를 맡게 된 것을 직책이나 명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난 50년의 귀한 유산을 잘 정리하고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50년은 개척과 확장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성숙으로 향하는 그래서 깊고 넓어지도록 본질을 붙들고 함께가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일을 촉진하는 머슴으로 다시 새로운 선교지에 도착한 마음으로 새로운 직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왜 지금 ‘본질’을 강조하시는 것입니까?
한국교회와 선교계뿐 아니라 스포츠선교도 많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더 많은 행사, 더 큰 조직, 더 많은 프로그램과 방법론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의 스포츠선교가 성장에서 성찰로, 과시에서 진정성으로, 방법론에서 본질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선교의 본질은 스포츠를 통해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고 선수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스포츠선교사를 파송하고, 헌신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도 유용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활동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어야 합니다.
“이 일을 통해 사람이 세워지고 있는가? 사람들이 살아나고 있는가? 선교현장과 지역교회가 유익을 얻고 건강해지고 있는가?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가 드러나고 있는가?”
세계스포츠선교회의 새로운 5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지난 50년이 한국 스포츠선교의 개척과 확장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연결과 연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세우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단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교회와 선교단체, 스포츠 단체, 선수와 지도자, 선교사와 평신도 전문인들이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스포츠선교회도 우리가 모든 일을 하겠다는 생각보다 한국교회와 여러 스포츠선교단체가 서로 만나고 배우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감당하려고 합니다.
특히 50주년을 맞아 스포츠선교의 역사를 정리하는 동시에 국내 스포츠선교단체들과 함께 스포츠선교포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기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를 논의하려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 일에 교회들의 기도와 관심과 지원을 통하여 더불어 세워가는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소원합니다.
다음 세대 스포츠선교사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기술보다 사람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우리의 목적(Goal)입니다!(골4:12-14) 스포츠의 전문성이 높은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선교 현장에서는 한 사람을 오래 기다려주고,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삶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34년을 선교지에서 보내면서 많은 것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기억에 남는 것은 큰 행사보다 사람입니다. 함께 울었던 사람, 함께 기도했던 사람, 제자에서 동역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선교의 열매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개인적으로 품고 계신 기도와 비전은 무엇입니까?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하나님만 아십니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인가를 더 많이 이루는 것보다 제가 받은 것을 잘 나누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일에 마음이 있습니다. 34년 동안 발칸 선교 현장에서 배운 것, 스포츠선교를 통해 경험한 것, 성공뿐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까지 다음 세대에게 정직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스포츠선교회 역시 제가 오래 붙들고 있는 조직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선교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저의 남은 사역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사람을 세우고, 공동체를 살리고, 열방을 섬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한인교회와 세계투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34년 동안 해외에서 살았기 때문에 디아스포라의 삶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조금은 이해합니다. 고국을 떠나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디아스포라는 흩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선교는 더 이상 ‘선교사를 어느 나라로 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세계의 민족들이 이미 우리의 이웃으로 와 있고, 우리의 일터와 학교와 스포츠 현장이 선교지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미주 한인교회에는 한국교회의 영성과 선교적 열정, 그리고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자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귀한 자산이 다음 세대와 세계선교를 위해 사용되기를 기도합니다. 저 역시 지난 34년을 돌아보면서 고백하는 것은. 제가 복음을 들고 세상으로 나간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복음을 통해 저를 먼저 변화시키신 것입니다. 태권도를 가지고 선교지로 갔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태권도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셨고, 그 사람들을 통해 저를 훈련시키시고 성장시키셨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가진 직업과 재능과 스포츠와 삶의 모든 자리가 복음을 나타내는 다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WSM 김용기 대표
김용기 선교사는 공인 태권도 9단으로, 34년간 알바니아와 보스니아를 비롯한 발칸 지역에서 태권도 교육과 교회개척, 현지 지도자 양성 및 지역교회 협력 사역을 펼쳐왔다. 태권도선교학을 전공하고 체육학·사회복지학사이며, 목회학·선교학 석사로 꾸준히 선교학적성찰의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세계스포츠선교회 대표로 섬기며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의 스포츠선교 역사를 정리하고, 한국교회 및 스포츠선교단체들과의 연대와 다음 세대 스포츠선교 지도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선교에서 선교적 삶으로(예영)과 태권도 선교의 여정을 기록한 『발차기로 전한 복음』이 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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