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대학교 채플 수업 강요…“학생 종교의 자유 침해”

선교 / 유제린 기자 / 2021-05-26 10:25:19
  • 카카오톡 보내기
인권위, 피진정대학장에 종파교육 대체할 수 있는 과목 개설 권고

▲ 사진 = 게티이미지.


[세계투데이 = 유제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국내 모 대학교 총장에 ‘채플(chapel)’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최근 밝혔다. 

 

채플은 기독교 계통의 학교 등에서 행하는 예배 모임을 말한다. 인권위는 "(타 종교를 가진 학생을 위해)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피진정대학교가 채플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해 모든 학생들에게 채플 수업을 강제하고, 해당 수업을 이수하지 않을시 졸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기독정신에 입각해 설립된 종립대학교인 피진정 대학은 보건인력 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교육목표로 하는 대학이다. 기독교 신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학과를 두고 있거나, 신입생의 지원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진정대학은 대학 설립이념인 기독교정신 전파를 위해 채플 교과목을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 1학년 학생들 모두에게 수강하도록 했다. 채플 교과목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도록 학내 규정으로 정하고 있었으며, 채플 교과목을 대체할 수 있는 교과목은 개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신입생모집요강에 채플 수업이 필수과목이며 이수하지 못할 경우 졸업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도 기재되지 않았다. 

 

이에 피진정대학 측은 “채플 수업이 비신앙 학생에게 기독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기독교적 소양과 사회가 요구하는 지성을 함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라며 “종교 전파에 대한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진정대학의 채플 수업내용이 설교,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으로 구성돼 사실상 특정 기독교 교회의 예배행위와 다를 바 없어,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사립종립대학은 종교행사의 자유와 대학 자치의 원리에 따라 종교적 건학이념을 교육과정을 통해 실현할 폭넓은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종교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은 피교육자인 학생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봤다. 특히 피진정대학이 학생들의 개별적인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종파교육을 강요함으로써 학생의 종교의 자유(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소극적인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학의 경우 학교 선택권이 자유이므로 입학 자체가 종파교육에 대한 동의로 볼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 대학 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다”라며 “학생들의 대학선택 기준이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타의적 요소가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피진정대학과 같은 종립대학 입학이 종파적 종교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무조건 동의하는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종립사립대학은 “건학이념에 맞춰 교과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종교교육을 할 수 있다”면서 “그 학교를 선택해 입학한 학생들은 상당한 정도 종파교육을 받는 것에 일정한 수인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종립대학이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하는 한 교육관계법의 규제를 피할 수 없다”라며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침해를 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사립종립대학이 종교교육의 자유를 누리면서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와 교육 받을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인권위는 “종파적 교육을 필수화하는 경우, 비신앙 학생들에게 그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라며 “피진정대학장에 종파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는 등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제린 기자 wpfls1021@segyetoday.com 

[ⓒ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