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독교 민족주의, 교회도 잘 안가는 이들이 주도?
- 세계열방 / 노승빈 기자 / 2026-10-13 19: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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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 Unsplash |
국가 정체성을 기독교와 동일시하며 타 인종과 타 종교에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가 영국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주도하는 이들이 교회에 거의 출석하지 않으면서 영국의 기독교 유산을 지키는 데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전문 싱크탱크 테오스(Theos)는 최근 기독교와 영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영국 사회를 다섯 그룹으로 분류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기독교 민족주의와 가장 유사한 견해를 보인 집단은 연구진이 ‘정체성 통합주의자(identity integrationists)’라고 명명한 그룹으로, 전체 응답자의 11%를 차지하여 다섯 그룹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이들의 81%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매주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평균인 11%보다 소폭 높은 13%에 그쳤다. 매주 기도한다고 답한 비율은 31%였으며, 성경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7%였다.
이들은 이민과 이슬람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기독교적 가치가 망명 신청자를 환영하고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공적 영역에서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30%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독교인 비율이 높으면서도 신앙 실천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이민과 종교적 다양성에 대해서도 덜 적대적인 그룹이 존재했다. 연구진은 전체 응답자의 13%가 해당하는 이들을 ‘신앙 통합주의자(belief integrationists)’라고 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 중 31%는 매주 교회에 출석하고, 46%는 매주 기도했으며, 성경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였다. 절반에 가까운 48%는 기독교적 가치에 따라 망명 신청자를 환영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63%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앙생활을 실제로 실천하는 기독교인의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기독교 문화와 유산을 수호하는 것이 기독교인으로서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반면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는 이 비율이 90%에 달했다.
최근 ‘왕국 통합(Unite the Kingdom)’ 집회에서 십자가가 등장하고 시위 참가자들이 “그리스도는 왕이시다(Christ is King)”라고 외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영국 내 기독교 민족주의의 부상을 기독교 신앙의 부흥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보고서는 오히려 이민과 이슬람, 문화적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기독교가 영국인의 국가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4월 성인 1,7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55%)이 거주 지역의 교회가 문을 닫고 모스크로 바뀐다면 불행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37%는 매우 불행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삼분의 일 이상(37%)이 유럽의 백인 인구가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이른바 ‘대체 이론(great replacement theory)’ 음모론에 동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닉 스펜서(Nick Spencer) 테오스 선임연구원은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두 그룹 사이에서 망명 신청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나타난 배경에는 종교적 실천 수준과 인종적 구성의 차이가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앙생활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신앙 통합론자’들 중 20%는 자신을 비백인으로 분류해 다섯 그룹 가운데 인종 다양성이 가장 높았다. 반면, ‘정체성 통합주의자’ 집단은 인종적 다양성이 낮은 편에 속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펜서는 “관념으로서의 기독교와 삶으로 구현되는 실천으로서의 기독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요일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교회에 가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 신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라며, “예배당에서 누구 옆에 앉을지, 성찬을 누구 옆에서 받게 될지를 선택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신앙은 더욱 인간적이고 은혜로운 모습으로 구현된다”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 리즈 지역 커크스톨(Kirkstall)의 아룬 아로라(Arun Arora) 주교도 문화적 기독교와 실제 신앙생활의 차이가 이번 연구 결과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아로라 주교는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족주의자들에 대해 흥미로운 점은 행진에서 십자가를 들고 과시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만,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 지도자들이 이번 연구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단순히 교회 출석을 독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교회가 지역사회로 직접 나아가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로라 주교는 “교회가 노아의 방주처럼 사람들이 구원받기 위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다. 교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제자도의 온전한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제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길에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여권을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과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을 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극우 세력이 기독교를 활용하는 방식을 연구해 온 신학자 헬렌 페인터(Helen Paynter) 목사도 이번 연구가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환영해야 하는 교회의 책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페인터 목사는 교회를 특정 국가나 민족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녀는 “교회는 처음부터 다민족·다국적 공동체였으며, 특정 국가나 민족과 동일시될 수 없다”며 “실제로 오늘날 전 세계 평균적인 기독교인의 모습은 가난하고, 여성이며, 흑인”이라고 주장했다.
페인터 목사는 이번 연구에서 특히 실제로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과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는 사람들 사이에 뚜렷한 태도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은 외투를 걸치듯 입을 수 있는 단순한 정체성이 아니다. 신앙은 우리의 모든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초월적 존재와의 만남을 수반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투데이 = 크리스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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