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낙준 박사 (의사, 베스트셀러 작가, 유튜버)

인물 / 노승빈 기자 / 2026-07-17 18: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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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준 대표 (의사, 유튜버)


1. 의사, 베스트셀러, 인기 유튜버 등 'N잡러'로서 바쁜 삶을 살고 계시는데, 이 모든 사회적 타이틀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 혹은 '이낙준 집사'라는 크리스천의 정체성이 본인의 삶과 선택에 어떤 기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렇게 바쁘게 살지는 않습니다. 저는 잠이 부족하거나, 몸이 힘들어지면 이유 없이 짜증이 느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케줄을 적당히 조절하는 편입니다. 자칫 가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저는 제 본래 모습보다는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크리스천이고, 특히 목사님 아들이라는 사실이 이미 세상에 알려진 이상, 그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크리스천과 비크리스천을 향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것에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세상 사람들이 크리스천에게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보면 오히려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꽤 많은 기독교인들이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왔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기대를 품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자처하거나, 제게 이득이 되는 기회라도 조심스럽게 피하는 이유가 됩니다. 결국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이 저를 보다 신중하게 만드는 것이죠. 물론 아무리 신중하게 행동해도 저 또한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넘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 저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을 떠올리면, 안심이 되곤 합니다. 딱히 고민해 보지 않았던 질문인데, 돌이켜 보니 생각보다 제 삶과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단 생각이 드네요.


2. 목회자 자녀(PK)로 자라며 가졌던 신앙적 고민이나 방황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재 성인이 된 집사님의 신앙에 어떤 '단단한 뿌리'가 되었는지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제게 단 한번도 지나친 강요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학업에 대해서는 아예 공부하라는 말을 꺼내지 않으셨을 정도죠. 특히 제가 중학교 시절에는 정말 공부를 안 하고 못하기도 했으며, 동시에 방황을 했음에도 말입니다. 학업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랬습니다. 제가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봐도 그저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습니다.

다만 한 가지 예외로 신앙의 기본에서는 달랐습니다. 아버지께서 주일 성수와 수요예배만큼은 양보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길 강요하신 건 아니었습니다. 목사님 아들이라는 타이틀에 맞추려는 게 아니라 그저 신앙인의 기본을 지키라고 하셨던 거죠. 이건 고3 수험생 때도 마찬가지였고 야자를 빠지고서라도 수요예배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밖에서 하는 말과 가정에서 하는 말이 다릅니다. 특히 자녀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는 한결같으셨고, 덕분에 저는 신앙뿐 아니라, 신앙인에 대한 신뢰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도 자연스럽게 깊어졌고요. 물론 인턴, 레지던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자주 빼먹곤 했습니다만….


3.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집필하게 된 계기와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눈으로 보았을 때,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고백이 실제 의료 현장이나 집필 과정에서 어떻게 투영되었나요?

사실 의료 현장에 있다 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하나님?’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학생 시절, 신생아 중환자실이나 선천성 장애로 재활 치료 중인 소아 환자들을 볼 때면…. 전도서 7장 13절 ‘하나님께서 굽게 하신 것을 누가 능히 곧게 하겠느냐’라는 말씀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면 ‘왜?’라는 의문이 뒤따랐습니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하게 된다거나, 혹은 어제까지는 괜찮았던 아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거나…. 의사로서 바라보는 제 마음도 좋지 않은데, 남겨지게 될 가족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그래서 제 소설에는 죽는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쩌면 신앙인이 아닌, 인간 이낙준의 바람이 많이 투영된 것 같습니다. 일하다 보면 ‘이런 의사, 이런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중증외상센터 : 골든아워는 그런 제 바람이 짙게 반영된 소설입니다.


4. 대중적인 콘텐츠(유튜브, 소설)를 만들면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그 안에 '선한 영향력'이나 성경적 원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시는 집사님만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제가 감히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도 믿습니다. 인간은 단지 인간일 뿐, 하나님이 아니니까요.

다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저라도, 드문드문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리려 합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별것 아닌 수고로 엄청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마치 겨자씨 하나가 무성한 나무가 되듯이,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을 하게 되면 죽을 사람이 살아나게 되기도 하죠. 헌혈보다 조금 번거로운 수고만 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겁니다. 애초에 저는 이걸 알리기 위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선행이 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그래도 기독교인인데….’라는 생각이 부담으로 다가와서 할 때도 많습니다. 코로나 때 2주간 전담 병원에서 진료 봉사를 했던 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는 이비인후과 의사라서 현장에서 큰 도움도 되지 못했을 텐데, 그런 부담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갔었습니다.


5.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셨습니다. 겉으로는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집사님 인생에서 가장 '영적 골든아워' 같았던 위기의 순간은 언제였으며, 그때 하나님은 어떻게 응답하셨나요?

바쁜 일정 속에서 영적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키고 있는 본인만의 신앙 루틴(기도, 말씀 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 인생을 돌이켜보면 계획한 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히 말하면 딱히 계획을 세운 적이 없는데도 그럴싸한 길을 걸었구나 싶습니다. 제가 의학 소설을 쓰려고 의대에 진학한 것도 아니고, 드라마는커녕 웹툰이 될 것이란 기대도 없이 집필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꽤 히트한 작품을 가진 작가가 되었으니까요.

유튜브 또한 그냥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과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 시기가 딱 유튜브에서 전문 지식을 알려주는 이들에 대한 수요가 올라올 때여서 어느새 지금의 닥터 프렌즈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연, 즉 은혜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별개로 저에게는 2년 전에 갑자기 망막박리가 발생해 실명 위기가 닥친 적이 있습니다. 애초에 상태가 좋지 않기도 했고, 첫 번째 수술이 완전하지 못해 무려 4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왼쪽 눈의 시력은 정상이 아닙니다. 망막이 일종의 신경인데 떨어졌다 붙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땐 ‘왜 제게 이런 일이 닥쳤을까’ 하는 생각이 도적처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21세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눈을 뽑거나 죽지 않고 이 정도에 그쳤구나’ 하는 생각이 뒤이어 찾아왔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니 의외로 1여 년에 가까운 투병 기간도 썩 견딜만했습니다. 저는 그냥 가끔 글을 쓸 때 하나님의 열심이란 찬양을 듣습니다.


6. 기도제목과 앞으로의 비전을 말씀해주세요.

그저 넘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재밌고 무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제가 가장 바라는 일입니다.


7. 좋아하시는 성경구절과 세상 속에서 탁월함을 유지하면서도 신앙의 중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크리스천 전문인 지망생들에게 격려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7장 13절 ‘하나님께서 굽게 하신 것을 누가 능히 곧게 하겠느냐’라는 말씀을 가장 좋아합니다.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절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설령 좋은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말씀이 진리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좌절할 일이 적어집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일어나지 않은 것이니까요. 아무리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때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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