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국가폭력 미화했다"
- 문화정보 / 김효림 기자 / 2021-12-22 15: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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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설강화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
"저희가 기억하는 1980년대 안기부는 너무나 공포스러운 기관이었습니다. (드라마로 인해) 국가가 국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국민의 삶을 파괴하며 정권을 유지했던 역사가 너무나 되풀이 됐습니다. 여전히 피해자가 있는 아픈 역사를 다룰 때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무게를 가지고 봐야 합니다."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JTBC 드라마 '설강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급기야 '설강화'의 상영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세계시민선언은 2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내고 "시민의 힘으로 군부독재를 타도한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 국가폭력을 미화하는 듯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수출되기까지 하니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는 "'설강화'는 안기부를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간첩이 민주화 인사로 오해받는 장면을 삽입해 안기부가 민주항쟁을 탄압할 당시 '간첩 척결'을 내건 것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부독재에 온몸으로 맞서던 이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며 "현재도 군부독재가 진행 중인 국가들에 자칫 자신들의 국가폭력 또한 미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역사적 경험을 겪지 못한 세대에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고 무작정 국가폭력 미화 행위까지 정당화하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강화' 방영을 중단시켜달라며 지난 20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현재까지 33만3000여명이 동의했고, 기업들의 광고·협찬도 다수 중단됐다.
전날에는 '설강화' 제작진과 JTBC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민원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 민원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해 수사하도록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JTBC는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명 한번으로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1987년 고문으로 사망한 고(故) 박종철 열사 측이 “명백한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고 비판하는 등 우려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한편 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대생 영로(지수 분)와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수호(정해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내용 중 민주화 투쟁에 참여한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고문했던 당시 안기부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효림 기자 gyfla1@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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