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 250주년 앞두고 기도책 발간
-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6-03-14 08:41:15

트럼프 행정부는 건국 250주년을 맞아 관련 기념 행사 준비 중에 있으며, 백악관 기도 소책자를 발간했다. USA 투데이(USA Today)에 따르면, 새로 발간된 백악관 기도 소책자의 첫 페이지는 오늘날 버지니아 비치 인근인 케이프 헨리(Cape Henry)에 상륙한 영국 정착민들이 높은 나무 십자가를 세우고 기도를 통해 이 땅을 하나님께 봉헌했다는 묘사로 시작한다. ‘기도와 선포(Prayers and Proclamations)’ 소책자는 이 사건이 “기독교 중 특히 개신교가 영국의 식민 사업 초기부터 함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주 10명과 함께 기도할 것을 촉구하는 ‘아메리카 프레이즈(America Prays)’ 신앙 중심 캠페인과 내년 5월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서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Prayer)’ 부흥회 행사 등 기독교 중심 행사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프로그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국 250주년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준정부 단체인 ‘프리덤 250’이 주도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기도집 후반부에는 영국 정착민의 기도가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일부 역사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공식 국교 수립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1조 법의 경계를 넘어 종교와 정부의 제도적 분리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프리덤 250 측은 관련 프로그램들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 보호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도 주요 기념행사에서 종교를 언급했다. 율리시스 S. 그랜트(Ulysses S. Grant),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 제럴드 포드(Gerald Ford) 등 전 대통령들도 연설에서 하나님과 신앙을 언급했다.
프리덤 250의 종교적 연계
USA 투데이에 따르면, 프리덤 250 웹사이트에 나열된 파트너 기관의 4분의 1은 기독교 관련 단체들이다. 전미종교방송협회(National Religious Broadcasters), 엔젤 스튜디오(Angel Studios), 성경 박물관(Museum of the Bible), Pray.com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 온 활동가 데이비드 바튼(David Barton)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 ‘월빌더스’(Wallbuilders)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단체 중 상당수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 박물관 연설에서 “건국 정신인 유대-기독교 원칙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며 ‘아메리카 프레이즈’를 출범시키는 자리에 함께했다.
지난 3월 4일 기준으로 프리덤 250의 파트너 중 기독교 이외의 종교 단체를 대표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USA 투데이는 전했다. 미국 사학자이자 『예수와 존 웨인』(Jesus and John Wayne)의 저자인 크리스틴 코베스 두 메즈(Kristin Kobes Du Mez)는 행사 참여 종교 단체에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반영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서 기독교를 타 종교보다 우대하는 것은 아닌가는 유려를 표했다. 그러나 프리덤 250의 대변인 레이첼 라이스너(Rachel Reisner)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250주년 태스크포스와 협력하기 위해 먼저 연락해 온 기관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웹사이트에 게시된 5월 국가 기도 행사 설명에 따르면, 이 행사는 전국으로 중계되며 ‘저명한 기독교 예술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주요 신앙 지도자들’이라는 일반적인 언급은 있으나, 유대교 회당이나 이슬람 사원 등 다른 예배 공간이나 타 종교 음악가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는 없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은 USA 투데이 측에 기독교 이외의 종교도 행사에 대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리덤 250 조직위원회는 아직 프로그램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프리덤 250이 제작한 다른 자료도 기독교 신앙이 강조되고 있다고 USA 투데이는 전했다. 프리덤 250은 보수 미디어 ‘프레이거유(PragerU)’ 비영리 단체와 미시간주의 소규모 기독교 대학인 ‘힐스데일 칼리지(Hillsdale College)’에 의뢰하여 전국을 순회하는 6대의 이동식 박물관 전시물과 교육 자료를 제작했다. 이 이동식 박물관을 건립하고 1년간 운용하는 데에 1,000만 달러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었다.
‘자유 트럭(Freedom Trucks)’으로 불리는 이 전시관들은 미국 혁명과 영향력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건국 과정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조명했다. 그중 ‘미국의 뿌리(Roots of America)’ 전시에는 “미국의 건국 원칙은 서구 및 유대- 기독교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명시했다. 프레이거유의 최고경영자 마리사 스트라이트(Marissa Streit)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시 내 신앙 언급은 “미국 건국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과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졌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신앙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독립선언서에 관한 전시물에는 건국자들이 “하나님이 인간을 자유를 위해 창조하셨다고 믿었다”고 설명하며, 대륙회의에서 문서에 추가한 ‘세상의 최고 심판주(Supreme Judge of the World)’와 ‘신성한 섭리(divine Providence)’ 등의 표현을 추가한 사실을 언급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힐스데일 대학원 원장이자 자유 트럭 자문역인 매슈 스폴딩(Matthew Spalding)은 기독교의 영향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국 역사를 부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언급이 타 종교인의 종교적 자유가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건국 당시 종교가 가졌던 역사적 위상을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역사는 인간의 존엄성에 초점을 맞춘 히브리 및 기독교적 시각에 의해 형성되었다”며, “기독교와 유대교의 영향, 그리고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영향이 모두 어우러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두 메즈 교수는 미국 과거사에 기독교만 강조하는 것은 미국의 역사에 공헌한 여러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보수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과거를 자신들만의 버전으로 재구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한 대목에서는 헌법 제정 회의 당시 건국자들이 기도를 통해 이견을 극복했다며, 기도 후에 “논쟁이 타협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미국 헌법의 최종 초안이 탄생했다”고 적었다.
역사적 기념행사와 신앙
주요 기념식에서 종교를 언급한 대통령은 트럼프뿐만이 아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은 1876년 건국 100주년 행사에서 “전능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50년 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미국인의 종교적 신념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독립선언의 원칙들은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200주년에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영감을 준 하나님께 깊은 신앙을 되새겨 볼 것을 당부했다.
[ⓒ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