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지도자들, 마두로 체포에 대해 상반된 반응 보여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6-01-09 09: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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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Wikimedia Commons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사진)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독교 민족주의 지지자들에서는 환영을 받은 반면, 중도 및 진보 성향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우려와 비난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트럼프를 찬양하는 예배를 개최했던 텍사스주 플라노(Plano) 소재 ‘프레스톤우드 침례교회(Prestonwood Baptist Church) 목사 잭 그래함(Jack Graham)은 “우리는 결단력 있게 미국을 방어하고, 전 세계 악의 세력에 정의를 실현하는 대통령을 가졌다. 이것이 바로 힘을 통한 평화이다”라고 말했다.
벱티프스 뉴스 글로벌(Baptist News Global)에 따르면, 그는 “프레스턴우드 스페인어 예배당에는 잔혹한 독재가 끝나고 친구와 가족들에게 자유의 문이 열린 것을 축하하는 수많은 베네수엘라 인들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1월 3일, 전도사이자 트럼프 후원자인 프랭클린 그래함(Franklin Graham)은 카라카스에서 “마두로와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를 붙잡은 것은 미국을 마약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세상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리 그래함의 아들인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위해 해주신 일에 대해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대통령은 우리 국가를 보호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함은 그 증거로 미국이 “해상으로 들어오는 마약의 97%를 차단”했고, 그 대부분이 베네수엘라에서 왔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인용했다. 그래함은 “미국이 이전에는 불법 마약으로 인해 미국이 연간 30만 명의 생명을 잃었다고 트럼프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비극을 해결하고 미국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부패, 범죄, 마약으로 망가진 나라들처럼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벱티스트 뉴스 글로벌에 따르면, 마두로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른 베네수엘라 공무원들에 관한 미 연방 공소장에는 부패, 마약 밀매, 테러 조직 연루 혐의가 포함되어 있다. 이 문서는 마두로를 정부 권력을 이용해 광범위한 범죄 활동을 조장한 ‘불법 정부’의 수장으로 묘사했다.
25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에 따르면, 미국은 마두로를 미국 국무부가 11월에 테러 조직으로 선포한 마약 카르텔인 ‘솔레스 카르텔(Cartel de los Soles)’의 리더로 주장했다.
그러나 수많은 기독교 지도자들과 단체들은 미국의 급습과 당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는 트럼프의 선언을 비난하며, 지역 내 폭력 상황이 격화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벱티스트 뉴스에 따르면, 미국 장로교(PCUSA) 총회 정서기인 오지현 목사는 “우리는 베네수엘라가 직면한 심각한 정치 및 인권 문제를 간과하지 않으나 현 정부를 옹호하지도 않는다”면서, “역사는 명확한 제약과 책임 없이 수행된 폭력과 외부의 군사적 개입은 정의나 평화를 가져오기보다는 고통을 심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라크 전쟁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에 근거해 시작된 분쟁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확산되어 막대한 고통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군사적 긴장 고조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당화하려는 시도에는 겸손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한다. 우리는 폭력으로 치닫고 국제법을 우회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두려움에 기반한 서사와 선제적 논리를 경계한다. 우리는 희생된 생명들과 파괴된 공동체들을 기억하며, 신중한 검증과 외교, 그리고 평화와 민간인 보호에 대한 새로운 헌신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또한, 오 목사는 이번 공격이 평화, 정의,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독교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폭력적인 군사 행동은 우리의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확신들과 배치된다. 또한 이러한 행동은 국제법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교황 레오 14세 역시 급습 여파로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들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이 해당 국가의 필요를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것이 폭력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추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국가의 주권을 보장하고, 헌법에 명시된 법치주의를 확보하고, 모든 개개인의 인권과 시민권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또한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통받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여 협력과 안정, 조화의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복음주의 위원회(The Evangelical Council of Venezuela)는 미국 군사 작전 이후 차분한 대응을 촉구했다.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형제들과 동포들에게 기도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나라들을 통치하시고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에 따라 역사를 인도하신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성공회 교구의 주교 당선자인 안토니오 가야르도(Antonio Gallardo)는 1월 3일 페이스북에 고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긴 메시지를 게시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계 미국인으로서, 마두로 추방을 이끌어낸 미국의 군사 작전을 보고 엇갈린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마두로가 떠난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 특히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어머니, 형제자매, 친척, 오랜 친구들, 동포들과 함께 축하하고 싶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자본주의의 사슬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고, 부패 척결과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을 약속한다던 정부 아래 27년 이상 고통받아 왔다. 그 결과 국가의 자유와 민주주의, 기반 시설, 그리고 한때 일류였던 교육 및 의료 시스템 등 많은 분야가 파괴되는 결과만을 보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 두렵다”라고 동포들에 대해 말했다. “미국의 군사 작전을 보며 떠오르는 이미지는 학교 식당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아이의 음식을 빼앗기로 결정한 힘센 불량배의 모습이다. 불량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취약한 사람을 공격하고, 단지 그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음식을(현 상황에는 오일을) 빼앗는다. 이것은 권력과 탐욕에 관한 것이지, 일부의 생각처럼 베네수엘라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 성공회 지도자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기존 형태의 억압에서 다른 형태의 억압을 겪게 될까 봐 두렵다. 미국에서 베네수엘라 인들과 다른 유색인종 이민자들을 잔인하게 대우하는 상황에서, 이번 군사 작전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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