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완벽한 재활용 길 열렸다…국내서 바이오촉매 개발
- 라이프 / 박세훈 선임기자 / 2025-01-03 08:29:46
국내 연구팀이 페트병, 의류 등에 흔히 사용되는 PET 플라스틱을 고효율로 재활용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바이오 촉매제를 개발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4억톤(t) 이상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차세대 재활용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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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폐기물이 제품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한 흐름도. 바이오촉매로 폐기물을 분해해 재생 원료를 생산하고, 재생 원료를 기존 플라스틱 산업에 공급하는 연결고리다. 사진 과기정통부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4817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경진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와 CJ제일제당 연구팀이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고성능 바이오 촉매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쿠부M12’(Kubu-PM12)는 0.58g만으로 1㎏의 PET 플라스틱을 1시간 이내에 45%, 8시간 만에 90% 이상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과기정통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3일 게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발간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선 매년 4억t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범용 플라스틱인 PET 플라스틱은 페트병, 의류, 안전벨트, 테이크아웃컵, 차량매트 등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국내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77%(환경부) 수준이다. 대부분 라벨 제거 후 분쇄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열로 녹인 뒤 굳히는 ‘기계적 재활용’ 방식을 쓴다. 이 방식은 재활용 할수록 소재 품질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PET 플라스틱을 열로 녹이거나 용매제로 분해해 원료를 만들어내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도 있다. 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생물학적 재활용’ 방식 찾다
이런 한계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생물학적 재활용’ 방식에 집중했다. 자연 환경에서 나무가 썩을 때 분해 반응을 일으키는 미생물들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팀은 자연 환경에서 바이오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미생물 집합에 대한 지도를 그려 이들의 분해 능력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쿠부(Kubu-P)라는 신규 PET 플라스틱 분해 바이오 촉매를 찾아냈다. 이후 효소 공학 기술로 쿠부를 개량했고, 이번 쿠부M12 발표로 이어졌다. 쿠부M12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 저온과 고온 모두에서 잘 작동하고, 특히 물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물에 플라스틱 조각들을 넣은 뒤 쿠부M12를 투입하면 목표 분해 물질인 PET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 이 같은 분해 방식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고, 재활용 한 소재의 품질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방식으론 재활용이 어려웠던 혼합 플라스틱에도 적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유색 플라스틱 조각, 알루미늄 등이 섞인 C급 플라스틱을 쿠부M12를 통해 재활용해 페트병을 생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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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플레이크, 알루미늄 소재 등이 혼합된 C급 플라스틱 플레이크를 이용해 새롭게 합성한 페트병의 사진. 사진 과기정통부 [출처:중앙일보] |
이번 연구를 지원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기술이 석유화학산업을 넘어 국내 화이트바이오(재생 가능한 자원을 원료로 화학제품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을 생산하는 기술) 연구 상용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재활용 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이 나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연구실과 현장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를 상용화 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복합적인 기술이 함께 연구되고,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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