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정책,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기독교인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5-04-09 05:59:53
  • 카카오톡 보내기
미국 내 기독교인 12명 중 1명, 강제 추방 위험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180교회에서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 교회인 이곳에서 “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이후로 흑인 국민들을 위해서 가장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대규모 추방 계획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기독교인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대규모 추방이 미국 내 기독교 가정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 ‘한 몸의 일부(One Part of the Body)’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고든-콘웰 신학교 글로벌 기독교 연구소, 전국 복음주의 협회(NAE),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 월드 릴리프(World Relief)가 협력해 작성했다.

처치리더스(Church Leader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을 단행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난민 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무역 파트너를 압박하며,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가 추진한 일부 정책 중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려는 행정명령이나 1798년 제정된 ‘외국 적대자 법(Alien Enemies Act)’을 이용해 대규모 추방의 법적 근거로 삼으려는 시도는 헌법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이민 정책은 법을 준수하며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처치리더스는 주장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기독교인이며, 합법적 체류 신분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그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기독교인의 약 8%가 추방 대상이 되거나, 추방 대상자와 함께 살고 있다. 가톨릭 신자의 18%,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6%도 이에 포함된다.
추방 위험에 처한 이들 중 81%가 기독교인이며,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수혜자의 88%, 그리고 임시 보호 신분(TPS)을 가지고 있는 이민자의 75%가 기독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에서 망명을 신청한 이들 중 77% 역시 기독교인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본국으로 돌아가면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기독교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이 보고서의 결과는 모든 기독교인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현재 또는 미래의 행정부가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가능한 많은 수의 추방을 진행할 경우, 미국 내 기독교인 12명 중 1명은 자신이 직접 추방되거나 가족이 추방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드 릴리프의 정책 및 옹호 부문 부대표인 매튜 소렌스(Matthew Sorensen)는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특정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이 보고서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일부 조직은 특정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대규모 추방이 실제 미국 기독교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며, 각자의 신앙과 양심에 따라 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반응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 보고서의 또 다른 목표는 두려움에 동요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추방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실행될 수 있을지는 정치적, 법적, 재정적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장벽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의회가 이민 단속을 위한 예산을 얼마나 배정하느냐가 구금되고 추방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복음주의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NAE) 회장 월터 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추방 계획이 기독교인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뜻과도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1월 라이프웨이 리서치 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은 강력한 국경 보안을 지지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이민 개혁을 원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시민권을 가진 자녀나 배우자가 있는 이민자, 10년 이상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 불법 체류에 대한 벌금을 낼 의사가 있는 사람을 추방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복음주의자는 5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월드 릴리프의 CEO 마이알 그린(Myal Greene)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추방 조치는 단순히 불법 체류자만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합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월 말부터 아이티, 베네수엘라, 쿠바 출신 50만 명 이상의 이민자가 법적 보호를 잃게 된다”며 “이들은 대부분 가족, 교회, 또는 지역 단체의 후원을 받아 합법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으며, 현재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은 “복음주의자들이 국경 보안을 원하고 범죄자 추방을 지지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고 있다면, 그 점은 맞다고 본다. 그러나 복음주의자들이 수백만 명의 교인들과 수백만 명의 시민권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아픔을 봐야 하는 규모의 추방을 원한다고 결론지었다면 그는 심각한 오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학교 교사이자 전직 청소년 사역자인 스테파니 곤잘레스는 최근 부모가 콜롬비아로 추방되었다고 밝혔다. 그녀의 부모는 35년 동안 미국에서 합법적 신분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곤잘레스는 “1989년 부모님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였던 콜롬비아에서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오랜 기간 법적 문제에 시달렸고, 끝내 영주권을 얻지 못했다.

그녀는 “부모님이 추방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35년이 지난 2월 21일, 우리 가족은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날 수 없는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부모님이 수갑을 찬 채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보호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곤잘레스는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묻히지 않도록 기독교인들이 공정한 이민 정책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청원서 서명, 지역 행사 개최, 정책 입안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이민자들을 위한 옹호 활동을 펼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이민 문제가 아니라, 가족, 공동체, 그리고 교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