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문화 속 종교, 외면 아닌 호응의 대상
-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6-02-04 12: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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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 영화 '핵소 고지' |
미국 현대 대중문화에서 종교가 등장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신앙의 표현은 개인의 종교적·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TV 프로그램과 영화의 매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 분석 및 시장조사 기관인 ‘해리스 X(HarrisX)’가 ’페이스 앤 미디어 이니셔티브(Faith & Media Initiative)’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객들은 '더 피트(The Pitt)', '영 셸던(Young Sheldon)', '핵소 고지(Hacksaw Ridge)', '웨스트 윙(The West Wing)', '라미(Ramy)', ‘우린 반대야(Nobody Wants This)' 등 주요 영화 및 드라마에 나타난 신앙적 표현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소비자의 77%는 TV와 영화 속 신앙 묘사가 대체로 매력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러한 지지는 Z세대(79%), 밀레니얼 세대(83%), X세대(78%), 베이비부머(72%)에 걸쳐 연령대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또한 공화당원(82%), 민주당원(75%), 무당파(73%) 등 당파적 차이를 넘어 일관된 지지를 보였다.
2021년부터 '페이스 앤 미디어 이니셔티브'를 이끌고 있는 브룩 조그(Brooke Zaugg) 이사는 소비자 92%가 엔터테인먼트 내 신앙적 표현에 개방적이라고 답한 점을 강조하며, "높은 수치를 예상하긴 했지만, 92%는 사실상 100%에 가까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32명의 '열혈' 콘텐츠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핵심 테마를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2025년 9월과 11월에 걸쳐 전국 단위 조사를 시행했다. 연령, 종교, 정치 성향이 다양한 1만 2,000여 명의 참가자가 50개 영화 및 드라마 속 100개 이상의 장면을 시청하고 각 장면의 재미, 신앙 묘사의 진정성,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이나 유사 콘텐츠에 대한 시청 의향을 평가했다.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응답자들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포함한 여러 신앙 전통이 묘사된 장면들을 테스트했다.
조그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현 행정부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신념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훨씬 더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 역시 신앙 묘사 장면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장면을 본 후 작품에 대한 '유대감이 깊어졌다'고 답했다. 무신론자 및 불가지론자 중 영상 시청 전에는 53%만이 신앙과 영성을 탐구하는 쇼가 매력적이라고 답했으나, 시청 후에는 그 비율이 58%로 상승했다. 또한, 같은 그룹에서 신앙과 영성을 다룬 프로그램이 더 공감된다고 응답한 비율도 53%에서 61%로 증가했다.
연구진이 100개 이상의 장면을 분석한 결과, 관객의 몰입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정서적 진정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적이거나 성찰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장면은 일관되게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비꼬거나 냉소적이거나 불편함을 주는 묘사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동시에, 고정관념만 피한다면 고뇌나 의심을 묘사하는 복합적인 장면도 긍정적인 묘사만큼이나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시청자 10명 중 9명 이상은 콘텐츠 내 유머에 개방적이었으나, 유머가 신앙과 결합할 때는 그것이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지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피츠버그의 외상 센터 의료진을 다룬 HBO 의학 드라마 '더 피트(The Pitt)'는 긍정적인 사례로 분석됐다. 극 중 마이클 로비 나비치(Michael “Robby” Robinavitch) 박사가 힘든 근무 중 감정적 번 아웃을 겪을 때, 신학을 전공한 의대생 데니스 휘태커(Dennis Whitaker)가 이사야서를 인용하며 위로를 건네는 장면이다.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쓰러지되,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라는 구절에 로비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오늘 같은 날은 내가 하나님을 믿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해당 장면에 대해 응답자의 72%가 '감동적'이라고 답했고, 69%는 '성찰을 유도한다'고 평가했다. 조그 이사는 휘태커가 신학을 공부했다는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깊은 종교적·영적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의료 전문가인 동시에 신학에 관심을 둔 캐릭터의 설정이 인간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그 이사는 끝으로 "제작자들은 종교적 관객층이 얼마나 두터운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가 정치처럼 언급하기 꺼려지는 주제이다 보니 마치 소수만이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이러한 착각 때문에 제작자들이 종교적 서사를 너무 단순화하거나 소홀히 다루기 쉽지만 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신앙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은 매우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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