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왕실 여성화장품에 인체 유해 탄산납·수은 있어"
- 전시/공연/신간 / 박민규 / 2019-10-07 10:30:15
국립고궁박물관서 화협옹주 유물 특별전·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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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협옹주묘 출토품 |
경기도 남양주 삼패동에서는 2015년 시작한 발굴조사를 통해 조선 제21대 임금 영조 딸이자 사도세자 친누나인 화협옹주(和協翁主, 1733∼1752) 무덤이 확인됐다.
이 무덤은 화협옹주와 남편 신광수를 합장한 묘로, 후대에 남양주 진건면으로 이장하기 전 조성한 것으로 판단됐다. 무덤에서는 영조가 직접 지은 글을 새긴 지석(誌石)이 발견됐는데, 특히 관심을 끈 유물은 화장품이었다.
석함 안에서는 화장품 추정 물질이 남은 청화백자합 약 10점과 분채(粉彩, 도자기에 칠한 연한 빛깔의 무늬) 백자, 목제합, 청동거울과 거울집, 목제 빗 등이 나왔다.
무덤 주인공인 화협옹주는 영조와 후궁 영빈 이씨의 딸로 태어나 11세에 옹주로 봉작됐다. 미색이 뛰어났다고 전하나, 후사 없이 19세에 홍역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화협옹주 무덤 출토품을 분석한 결과 화장품 성분에서 인체에 유해한 탄산납과 수은 성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효윤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 한국전통문화대, 고려문화재연구원과 함께 16일 여는 '18세기 조선왕실의 화장품과 화장문화' 학술대회에서 화협옹주묘 화장품 보존처리 결과를 발표한다.
김 연구사는 7일 배포된 발표문에서 "청화백자합 5건에 갈색 고체 내용물이 담겨 있었고, 현미경으로 보니 표면에서 흑색 분말이 나타났다"며 "밀랍과 기름에 유기물을 혼합해 크림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원통형 청화백자합 속 백색 분말은 탄산납과 활석을 1:1 비율로 혼합해 제작했다"며 "분채 자기에 있던 적색 분말에는 진사(辰砂)를 구성하는 수은과 황이 함유됐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사는 "청화백자합 액체 시료 중 한 건에서는 황개미종 수천만 마리가 머리, 가슴, 배 부분이 분리된 채 발견됐다"며 "개미를 식초에 담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외에도 화협옹주묘 발굴 성과, 조선시대 화장품 분석과 재현, 18세기 화장용 자기 특징과 수용 과정을 통해 본 조선왕실 화장문화, 18세기 중국·일본·유럽 화장품과 화장문화에 대한 발표가 진행된다.
한편 고궁박물관은 오는 31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조선왕실 화협옹주의 얼굴 단장 - 화협옹주묘 출토유물과 분석연구' 기획전을 열어 화협옹주묘 유물과 분석 결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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