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고해성사 내용 강제 신고법 ‘위헌 소지’로 시행 중단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5-07-26 20: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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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ㅣUnsplash

 

미국 워싱턴주(Washington state)에서 가톨릭 사제가 고해성사 중 접한 아동 학대 정보를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이 제정된 가운데, 연방 판사가 해당 법률의 시행을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프리미어 크리스천(Premier Christian)에 따르면, 이 법은 민주당 소속 밥 퍼거슨(Bob Ferguson) 주지사가 5월에 서명한 SB 5375 법안으로, 오는 7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법안은 성직자가 아동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 하도록 규정하며, 고해성사를 통해 들은 정보라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위반 시 최대 1년의 징역형과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방 법원 수석 판사 데이비드 에스투딜로(David Estudillo)는 18일(금) 이 법안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잠정적 효력을 중단시켰다. 그는 25 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미국 내 약 25개 주가 종교 고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워싱턴 주가 이를 허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 정부는 아동 학대 및 방임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공익을 추진하면서도, 성직자를 신고의무자 명단에 포함시키는 동시에 고해성사에 대해 좁은 범위의 예외를 허용하는 더 유연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어 크리스천에 따르면, 가톨릭은 고해성사의 비밀은 신성한 것으로 간주하며, 사제가 고해 내용을 외부에 누설할 경우 파문의 징계를 받게 된다고 가르친다.

이번 소송에서 시애틀 대교구(Roman Catholic Archdiocese of Seattle)를 대리한 종교 자유 옹호단체 베킷(Becket)은 판결을 환영했다. 마크 리엔치(Mark Rienzi) 베킷 대표는 “이번 판결은 미국에서 정부가 고해성사를 들여다볼 권한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면서 “고해성사의 비밀을 보호함으로써 법원은 모든 신앙인들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종교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도 함께 수호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평신도 단체 가톨릭보트(CatholicVote)도 이번 판결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켈시 라인하르트(Kelsey Reinhardt) 회장은 “반가톨릭 정서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이번 판결은 어떤 신앙인이든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판결에 감사하며, 본 사건의 최종 결론 또한 미국이 수정헌법 제1조를 모든 국민과 특별히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충실히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해 미국 법무부도 지난달 입장을 밝히며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지지하고, 해당 법안이 “종교적 실천을 명백히 겨냥했다”고 밝혔다. 하미트 딜론(Harmeet Dhillon) 법무차관보는 당시 “가톨릭 고해성사와 같은 종교 행위를 겨냥한 법률은 미국 사회에 설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률은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시행이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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