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노동자, 직장에서 신앙 표현 가장 활발하지만 차별 위험도 높아
-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5-04-14 18: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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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Unsplash |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흑인 기독교인들은 직장에서 신앙을 언급할 때, 인종과 종교 두 가지 이유로 차별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 따르면, 흑인 노동자의 약 40%가 직장에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고 답해, 모든 인종 집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종교 차별에 직면할 위험도 가장 높았다.
응답자 15,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300명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직장에서의 종교 표현과 그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에는 기독교인, 유대교인, 무슬림, 비종교인 등이 포함되었다.
종교 뉴스 서비스(RNS)가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신앙을 가진 흑인들은 종교적 전통을 통해 직업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고,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들 중 80%는 기독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흑인 미국인이 종교적이거나 직장에서 신앙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흑인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직장에 가져가고 싶어 한다. 단순히 종교 행사나 교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십자가 목걸이나 종교적 머리 가리개 등 종교 상징을 착용할 가능성이 다른 인종에 비해 높았다.
왜 중요한가?
직장에서의 인종 차별은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지만, 인종과 종교적 소수라는 사회적 지위가 겹치는 ‘이중 소외(double marginalization)’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일부 흑인 기독교인들은 직장에서 신앙에 대해 언급할 때 인종과 신앙 때문에 차별을 받을까봐 두려워 한다고 답했다.
영문학 조교수로 일하는 한 흑인 기독교인 여성은 자신이 학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종교적 차별로 규정하길 꺼려 했지만, “인문학 분야는 종교인이나 기독교인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신앙을 이유로 차별받았다고 느낀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많은 흑인 기독교인들은 직장에서 신앙을 언급할 때 동료들로부터 편협하거나 독선적이라는 고정관념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부는 “거룩하다(holy)”는 표현이 긍정적으로 들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 기독교인을 조롱하거나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사용된다고 전했다.
교인 다수가 흑인인 교회에 출석하는 한 남성은 직장에서 신앙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지만, 그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소수 종교에 속한 흑인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내 가장 큰 무슬림 인구는 흑인이다. 특히 흑인 무슬림 여성 노동자는 성별, 인종, 종교 세 가지 차원에서 차별받는 ‘세 겹의 소외’를 경험한다고 연구는 밝혔다.
종교적 신념은 때로 흑인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불평등에 침묵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용서”나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관하신다”는 믿음은 차별에 저항하기보다는 조용히 받아들이게 만든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앞으로의 과제
RNS는 이번 연구가 종교가 직장에서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 과거 연구 결과와는 대조적이라면서, 종교와 인종이 직장 내에서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더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직장 내 불평등 완화를 고민하는 관리자들은 인종적 정체성과 종교적 정체성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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