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복지부 장관“중독은 영적 질병”, 노숙인 대상 신앙기반 중독 치료 프로그램 확대

종교 일반 / 노승빈 기자 / 2026-02-06 13:03:07
  • 카카오톡 보내기
▲ 오리건주 홈리스 캠프 (사진: Wikimedia Commons)

 

미 보건복지부(HHS)가 중독을 종교 단체의 개입이 필요한 “영적 질병”이라 규정하고 관련 지원 확대를 선언했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에 따르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월) 성명을 통해 미국 내 주요 도시의 공공장소 마약 사용 증가 및 노숙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앙 기반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케네디 장관은 파편화된 현재 의료 시스템이 정신 질환자와 중독을 겪는 사람들이 “길거리와 응급실, 교도소, 정신병원, 쉼터 사이에서 끝없이 맴돌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14년간의 헤로인 중독을 겪은 뒤 ‘12단계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에 성공한 것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그는 “약물 남용이 노숙 문제를 야기한다”며, 노숙인들에게 공동체 생활 방식을 가르치고 취업을 돕는 집중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회복의 집과 금주 공동 주택(sober homes) 같은 시설에서 많은 이들의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본인이 직접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는 주 정부의 오피오이드 대응 보조금을 포함한 각종 기금을 종교 기반 단체에도 개방할 방침이다.
케네디 장관은 “중독은 만성적인 질환이며, 신체·정신·정서적 질병인 동시에 무엇보다도 영적인 질병”이라며 “이 과정에서 종교 단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 기반 치료 확대와는 별도로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예산안도 함께 발표했다. 주 정부나 원주민 부족은 부프레놀핀(buprenorphine), 메타돈(methadone) 등 중독 치료 약물 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 정책은 아이들이 위탁 가정으로 보내지는 대신 중독된 부모를 치료함으로써 친부모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연방 아동 보호 기금도 사용된다. 최근까지 연방 약물남용·정신건강 서비국(SAMHSA)을 이끌었던 잉빌드 올슨(Yngvild Olsen)은 “치료제 접근성을 넓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편, 케네디 장관은 노숙과 정신질환 또는 중독을 동시에 겪는 이들을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시범 프로그램인 ‘STREETS(Safety Through Recovery, Engagement and Evidence-Based Treatment and Supports)’를 소개했다. 그는 “거리에서 이들을 처음 만나는 시점에서 회복, 취업, 자립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원할 것”이라며 ”경찰, 법원, 주택 공급자 및 의료 시스템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원 명령을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강제로 받게 하는 ‘보조적 외래 치료(Assisted Outpatient Treatment)’ 확대를 위해 1,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330여 개의 기독교 구조 단체가 속해있는 ‘시티게이트 네트워크(Citygate Network)’의 톰 드브리스(Tom De Vries) 회장은 “그간 민간 기부에 의존해온 단체들에게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 변화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방 기금 수령에 따른 규제와 기독교인 우선 채용과 같은 종교적 신념 유지 사이에서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드브리스 회장은 “기독교인만을 고용하는 종교적 관행에 제한이 가해지는 경우 신념의 타협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책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약 30년간 연방 노숙인 정책의 근간이 된 ’주거지 우선(Housing First)’ 정책에서 탈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장기 주거를 우선 제공하고, 정신 및 중독 치료는 선택 사항으로 여겨왔다.

과거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레스큐 미션(Union Rescue Mission)’ CEO로 18년간 활동했던 앤디 베일스(Andy Bales) 목사는 “과거 ‘주거지 우선’ 지지자들에 의해 종교 기반 단체들의 예산은 배제되고 시설이 폐쇄되는 등 ‘잔혹한’ 시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베일스 목사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2번째 정권에서 이와 같은 회복 중심의 정책이 다시 부활한 것을 반기면서도 급격한 정책 전환으로 인해 최대 17만 명의 노숙인이 다시 거리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대가 꺾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정책은 이해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했을 뿐 아니라 공화당 상원 의원들마저 ‘너무 공격적’이라며 개입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조가 바뀌고 일정 수준의 타협과 외교적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어렵다”면서,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절제된 접근과 타협,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