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 누가 5000만원에 사겠어요'…초비상 걸린 현대차
- 국제 / 박세훈 선임기자 / 2025-03-05 08:00:34
트럼프 "車관세 25%"…완성차 생산기지 미국으로 옮기나
'대미 수출 1위 품목' 자동차 업계 초긴장
현대차 조지아주 라인 연 50만대로 늘리기로
GM본사, 한국 생산물량 미국으로 돌릴수도
국내 생산 90만대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
부품·소재 협력사 생태계 무너질 위기
환율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 10조원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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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항의 자동차전용부두에 현대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한경DB |
미국발 관세 전쟁과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업계의 성장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했다. 날짜도 “4월 2일 발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보편관세(10%) 수준에서 관세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해온 국내 자동차업계엔 비상등이 켜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해온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가 붙으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가격 면에서 경쟁이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347억4400만달러)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170만 대 가운데 59%(101만 대)를 한국에서 생산했다. 한국GM 생산 물량의 84%는 미국행 선박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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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도입에 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오른쪽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국내 車 생산 90만 대 감소 우려
현대차(63만 대)와 기아(38만 대), 한국GM(42만 대)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모두 143만 대다. 전체 자동차 수출 물량(279만 대)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했다. 25% 관세가 현실화하면 차값도 관세율만큼 오르게 된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투싼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8605달러(약 4118만원)부터다. 여기에 25% 관세가 붙으면 대략 5000달러(약 720만원)를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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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사장 2.jpeg |
현대차그룹은 일단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짰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 생산을 늘리면 국내 생산량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데 있다. 작년 69만 대 수준이던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생산량이 120만 대가 되면 국내 생산 물량은 50만 대 가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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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도입에 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오른쪽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생산 물량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관세율이 높게 책정되면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 생산 물량을 미국 공장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GM의 미국 수출 물량은 41만8782대로 전체 생산량(49만9559대)의 83.8%에 달했다. 현대차와 기아에 이어 GM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면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는 90만 대 가까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완성차는 물론 차 부품·소재 협력사 등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발 자동차 관세가 국내 자동차업계에 끼치는 피해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장한익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5% 관세가 부과되면 지난해 347억달러(약 50조원)였던 대미 자동차 수출은 63억달러(약 9조1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며 “최근 들어 대미 자동차 수출 호조와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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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업체 BYD는 지난달 16일 승용차 시라이언7(SEALION7)을 공개했다. 한경DB |
중국 비야디 전기차 한국 상륙…현대차, 9개 차종 할인으로 대응 나서
볼보 EX30도 가격 300만원 낮춰…침체·고금리 겹쳐 수요는 주춤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중국 1위와 2위 업체인 비야디(BYD)와 지리그룹은 작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실적에서 각각 8위와 10위를 기록했다. BYD는 2023년보다 판매량을 41.5% 늘리면서 10위에서 8위로 올라섰고, 지리그룹은 1년 새 22% 증가해 첫 ‘톱10’에 진입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안방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데 이어 유럽은 물론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을 공략하고 있다. BYD는 지난해 일본에서 2023년에 비해 54% 증가한 2223대를 팔아 도요타(2038대)를 제치며 닛산과 테슬라, 미쓰비시에 이어 전기차 판매 4위를 기록했다.
BYD는 지난달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첫 출시 차종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는 출시 15일 만에 사전 예약 대수가 1800대를 넘었다. 경기 침체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국 전기차 공세까지 막아내야 할 처지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4만6883대로 2023년보다 9.7% 감소했다. 올 1월 전기차 판매량도 지난해 1월에 비해 6% 줄어든 2378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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