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尹 꺼릴때 혼자 만났다...비윤 윤상현, 왜 尹호위무사 됐나
- 사회 / 박세훈 선임기자 / 2025-01-08 07:30:14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현역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수도권(인천 동-미추홀을)에서 내리 5선을 하고, 그동안 “영남당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창하던 그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 연합뉴스 [출처:중앙일보] |
윤 의원은 새해 들어 일주일 동안 네 차례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찾았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관저 앞에 달려간 6일에는 윤 의원 홀로 관저 안으로 들어가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그는 중앙일보에 “대통령은 건강에 문제 없다. 의연하게 계신다. 관저 안에 머물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근황도 전했다. 윤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3일에도 윤 대통령을 만나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을 공개했다.
최근 윤 의원의 행보는 여러모로 튄다는 평가를 받는다. 6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의원들의 얼굴을 보고싶어 한다”며 관저 앞에 모인 44명의 의원에게 윤 대통령과의 식사를 권했을 때 의원들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개인을 지키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부적절하다”(국민의힘 관계자)는 판단에 따른 거절이었다.
이처럼 조심스러운 다른 의원들과 달리 윤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거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에게 “여러분들께서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 모습에 무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3일엔 “공수처장과 체포영장 발부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 사법 카르텔”, “종북 주사파 카르텔” 등 표현도 거칠다. 지난달 28일과 4일엔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도 참석했다.
윤 의원의 행보를 놓고 당에선 “놀라운 변신”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수도권 중진인 윤 의원은 그간 극단적 주장과는 거리를 두며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공략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도 “이 당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경상도 의원들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6일 ‘관저 서신’이란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중도실용주의자이자 비윤을 자처해 온 제가 비상계엄을 계기로 친윤으로 변신했다는 세간의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국가체제를 흔들어야 했고 서서히 대한민국 가치와 근간을 붕괴시켰다”며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곤 “저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출처:중앙일보] |
스스로 봤을 때도 설명이 필요한 그의 급변침의 이유에 대해 여권에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당권 확보를 위한 지지층 넓히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태극기 부대의 열기를 경험하고 나면 이를 쉽게 저버리기 힘들 것”이라며 “10~15% 정도인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면 향후 정치적 행보에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다. 다른 의원도 “영남에 지역적 기반이 없는 윤 의원이 강성 당원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야 뭐라도 해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고 했다.
윤 의원이 조기 대선에 대비해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르려 한다”(윤희석 전 대변인)는 시각도 있다. 비윤계 의원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강성 주장을 하며 치고 나오는 걸 보라”며 “윤 의원 목표가 대권이라면 더욱 더 야당과 각을 세우며 태극기 세력을 결집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윤 의원은 운명 공동체”란 관측도 나온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윤 의원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은 살면 함께 살고, 죽으면 함께 죽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총선까지 3년 3개월이나 남은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도 태극기 집회에 나가 “탄핵 기각”을 주장했고, 3년 뒤 치러진 총선에서 당선했다. 윤 의원은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달 8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재섭 의원에게 자신이 조언한 걸 거론하며 “나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해서 욕 많이 먹었지만, 1년 후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다’며 무소속으로 가도 다 찍어줬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조언했던 김재섭 의원은 6일 라디오에서 “윤 의원은 관저로 들어가기도 했다”며 “저렇게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좀 안타깝고 짠하다“고 꼬집었다.
[출처:중앙일보]
[ⓒ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