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빙속 삼촌’ 이승훈…“제 질주, 아직 안 끝났죠”

스포츠/여행/레저 / 박세훈 선임기자 / 2025-02-12 07:30:28
  • 카카오톡 보내기
▲출처: 중앙일

 

“고등학생 후배들은 차마 형이라고는 못하고 삼촌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한국 스피드스케이트의 ‘맏형’을 넘어서 존재감이 ‘삼촌’에까지 이른 이승훈(37·알펜시아)이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도전사를 새로 썼다. 한국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살아있는 전설임을 재확인시켰다.

 

이승훈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후배 정재원(24·의정부시청)-박상언(23·한국체대)과 함께 3분47초99를 기록하면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금메달은 3분45초94의 중국이 차지했다. 이승훈은 이로써 개인 통산 아홉 번째(금 7·은 2)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걸면서, ‘쇼트트랙 황제’ 김동성(45·은퇴)을 넘어 한국 선수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김동성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 8개(금 3·은 3·동 2)를 땄다.

 

종목을 바꿔 일군 성과라서 더욱 값지다. 쇼트트랙 유망주 이승훈은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결단했다. 올림피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쇼트트랙 선수의 길을 접고 스피드 선수로 변신했다. 스케이팅 기술이 좋았던 이승훈은 이내 두각을 나타냈다. 종목을 전환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출전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따내는 돌풍을 일으켰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팀 추월 은메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과 팀 추월 은메달 등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동메달까지, 올림픽 4회 연속 메달의 신기원을 열었다. 

 

▲정재원·박상언과 맏형 이승훈(왼쪽부터)이 1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은메달을 차지한 후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출처:중앙일보]

 

이승훈은 동계아시안게임에도 빛났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거머쥐었고, 이어 2017 삿포로 대회에선 4관왕이 됐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를 추가해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어느덧 이승훈은 함께 훈련하는 고교생 선수들한테 ‘삼촌’ 소리를 듣는 나이다. 야속하게도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폭발력은 예전 같지 않다. 근력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피로감도 예전보다 빨리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승훈은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는 나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여전히 국가대표로 뛴다. 심지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스피드 선수로 활약한다 이런 선수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또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않으려고 한다. 평소에는 자전거도 타고 골프도 치는 등 취미 생활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운동할 때만큼은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이승훈의 주력 종목인 매스스타트가 이번 대회 종목에서 빠졌다. 개최국 중국이 취약한 종목이라는 이유에서다.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으로 진행된다. 이승훈은 “여러 선수가 동시 출발하는 매스스타트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그래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내가 내년에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기회를 얻게 된다면 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그다음 4년 뒤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은 그때 가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출처:중앙일보]

[ⓒ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