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강국에 대한 다층적 접근법 채택 필요
- 국제 / 김재성 기자 / 2021-01-04 10: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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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다시 한 번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확신시키지 않고는 바이든은 미국과 동맹국과 파트너들 모두의 이익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중국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하거나 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더 잘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 BBC방송화면 일부 캡처. |
[세계투데이 = 김재성 기자] 내년 미국의 차기 정권의 외교 정책 가운데 특히 중국에 대한 정책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도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크게 좌우 될 것으로 보인다.
거칠면서도 일방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대외정책이 제 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이 선언된 이후, “미국의 세계적인 지도력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약속을 회복하겠다”며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라고 하는 ‘신(新)고립주의(neo-isolationism)’에 대한 분명한 거부에서부터 조 바이든의 대외정책이 과거 미국의 가치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바이든은 “세계에서 뒷걸음치지 않고, 세계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세계에서 가장 해군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 미국에 이어 2위인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천명한 바이든 정부에 대한 1차적인 도전 국가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바이든은 중국의 도전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가 대중정책의 성공여부의 가장 주용한 요소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일고 있는 ‘신냉전(new cold war)'이 자칫 세계적인 재앙, 즉 커다란 분쟁으로 바뀌는 것을 차단해야 할뿐만 아니라 아시아 강대국의 지역적, 세계적인 영향력 증대에 대한 중국의 야심을 어떻게 억제하느냐의 문제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역, 기후위기, 공중보건과 같은 세계적인 관심 분야에 대해 중국 정부를 적극 참여시킴과 동시에 작은 국가들, 그리고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같은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침해 등 확고부동한 전략적 입장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현재 대만의 국립정치대학(國立政治大學)의 연구원인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Richard Javad Heydarian) 아시아 정치학 및 경제 분야 전문가는 바이든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두테르테의 부흥 : 엘리트 민주주의와 인도-태평양에 대한 포퓰리즘 반란 : 트럼프, 중국, 그리고 세계 지배를 위한 새로운 투쟁”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우선 워싱턴은 아주 오랫동안 중국을 오해 해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최고 권좌에 이를 때까지, 미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들은 모두 순진할 정도로 중국의 패권 야망(hegemonic ambitions)을 순치시키고, 외교적 관여와 광범위한 경제적 상호의존의 결합을 통해,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우호적인 세력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게 미국의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순진하리만큼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당독재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의 권위주의 지도부는 미국 주도의 명령에 도전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 찾은 번영을 활용, 권력을 더욱 중앙집권화하고 국내외의 이견을 분쇄하며, 주변 해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구축하고, 대륙횡단 인프라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여러 나라를 부채의 덫(a debt trap)에 빠뜨렸고, 또 앞으로도 그러한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패권을 지향하는 일당 독재 중국공산당 체제에 대해 분석적으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유감스럽게도 직접 관여와 개인적인 외교가 중국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망상에 집착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그 같은 정책, 즉 완강하게 위험을 회피하려는 자세, 지나치게 조직적인 외교정책에 접근해 가는 방식은 중국에게는 너무나 예측이 가능한 것으로, 대중정책에 대한 상상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판명됐고, 그의 집권 8년 동안 이해관계에 따라 중국이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우를 범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정책 방향이 올바른 것은 맞다. 그러나 외교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중국 공산당의 속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전략적 어리석음이 미국 대중정책에서 드러났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 필리핀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위치한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를 둘러싼 마닐라와 베이징 사이의 수개월에 걸친 대치 과정에서 지난 2012년 가장 악명높은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보호하는데 계속해 실패했다.
중국은 또 1년 후 남중국해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암석과 만(bay), 그리고 인곤 섬을 만들어 그곳을 대규모 군사단지로 급속하게 변화시켰을 때 미국은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결국 중국은 그러한 곳에 군사기지를 조성했고, 미사일 등 다양한 군사시설을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은 크게 바뀌었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만 바뀐 것은 아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약속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을 새로운 냉전의 적대국으로 몰아넣고, 미국의 수십 년 된 비효율적인 대중 포용 정책을 종식시키면서, 중국에 대한 대립적인 접근을 수용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확고한 억지력을 희생하면서, 포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중국을 대담하게 만든 반면, 오바마의 후계자 맹목적 애국주의자( jingoist, 외교적 강경론자) 태도, 무역전쟁, 아시아 해역에서의 해상대결에 대한 지나친 약속은 결과적으로 중국이 포식적인 정책( predatory policies)을 더욱 더 강화시키는 쪽으로 하게 했다.
나아가 트럼프의 지정학적 일방주의(geopolitical unilateralism), 선동적인 언사와 보호무역주의는 유럽과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소외시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힘을 강화시키는데 역설적으로 일조한 셈이다.
트럼프나 그의 최근 전임자들 중 어느 누구도 주요 분쟁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으면서, 증가하는 세계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중국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8년 동안 부통령으로서 함께 일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정책이 그래서 예의 주시되는 것이다. 바이든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신빙성을 떨어뜨린 중국 정책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이른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말로만 존재한 외교 전략일 뿐 사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방치한 것에 불과‘한 것임에서 ’전략적 어리석음(Strategic folly)‘을 알 수 있다.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은 “바이든은 전략적 신념과 외교적 수완을 결합한 강력한 라이벌에 대한 골디락스 접근법(Goldilocks approach)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 주인공인 금발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일반적으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를 의미하며, 경제ㅓ, 정치, 외교, 마케팅, 의학, 천문학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의 중국 정책 사이에는 일정 수준의 연속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 워싱턴에서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압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자신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중국에 대해 적용했던 것을 뒤로하고, 더 이상 ‘전략적 공감(strategic empathy)’의 입장을 취하려고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공감은 외교적 대화를 통한 ‘설득’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의 미국과 함께 공감하기에는 너무 힘이 세진 중국공산당이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때 자국 경제 살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미국이 중국의 급부상을 당시에 견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중국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미국의 초당적 입장이다.
바이든은 이제 “미국과 미국 기업들의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빼앗고 있는 반경쟁적인 무역 관행을 포함한 모든 문제에 대해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국 본토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집단적 잔혹행위에 연루된 중국 고위 관리들에 대한 제재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려는 시도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견제를 펼쳐나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더 이상 중국에 대해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시아 해역에서 미국의 동맹국들과 합동해군작전을 계속하고, 독립을 주창하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 정부에 대한 강력한 개입과 견제를 일삼고 있는 베이징의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견제도 함께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대만에 다양한 첨단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 고위 관리의 대만 방문을 통해 노골적으로 대만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모하고도 지나칠 정도의 공격적인 중국정책을 펼칠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외교수완이 능통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정부는 골디락스 접근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은 대만의 독립주장이 계속될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 통일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PLA)에 마음과 에너지를 전쟁 준비에 쏟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전쟁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대치 국면을 향해 몽유병처럼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제1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경고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의 억지 공약과 오바마의 연정 욕망을 결합한 중국 전략의 토대를 이미 마련했기 때문에 그 위험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그는 재빨리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 국무장관 내정자),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 여성, 첫 국방장관 내정자),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과 같은 완벽한 다자주의자와 명석한 현실주의자로 가득한 내각을 구성했는데, 이들은 동맹의 가치를 믿고 중국의 약탈 관행에 대항하여 강력한 연합을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무역에서 공중보건과 환경에 이르기까지 많은 긴급한 국제 이슈에서 중국이 필수적인 이해당사자가 되어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의 행정부는 필요할 때 강경한 억지력을 사용하되, 세계적인 관심사에 대한 협력을 추구하면서 아시아 강국에 대한 다층적 접근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트럼프(Post-Trump) 세계는 특히 대유행(pandemic)의 재앙 앞에서 세계적인 협력과 리더십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바이든이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확보하고, 새로운 세계적인 충돌을 막기를 원한다면, 그는 중국에 대한 접근에서 포용과 억지력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
바이든 부통령이 현실적으로 열망해야 할 것은 중국과의 “긴장속의 평화(cold peace)”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주문이다.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국제 연합을 구축하지만, 시급한 협력, 그리고 그것이 실현 가능할 때 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표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황폐해진 민주적 제도를 성공적으로 재건하고, 황폐해진 경제를 되살릴 수 있어야만 달성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헤맬 때 그 틈을 중국이 이용, 근육질의 힘을 만들어 가는데 사용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이 다시 한 번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확신시키지 않고는 바이든은 미국과 동맹국과 파트너들 모두의 이익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중국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하거나 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더 잘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중국은 새로운 성공 페이지를 써 나갈 것이다.
김재성 기자 kisng102@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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