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노동자 철탑 고공농성 '1년만에' 중단

정책 / 김효림 / 2020-05-30 08: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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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항공에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돼 복직을 위한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용희 씨가 29일 농성을 접고 355일 만에 서울 강남역 철탑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인근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던 삼성 해고자 김용희(61)씨가 농성을 끝내고 땅을 밟았다. 그는 지난해 6월 10일 철탑에 올라 355일간 농성을 벌였다.




29일 오후 7시쯤 김 씨는 준비된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철탑에서 내려왔다. 땅을 밟는 순간까지도 김씨는 삼성 로고와 '삼성피해자공동투쟁'이라는 붉은 글귀가 적힌 깃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서서히 내려오면서 깃발을 있는 힘껏 흔들었다.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공대위)는 이날 오후 6시 강남역 2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측과 피해 문제 해결에 합의해 고공농성 투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견이 마친 뒤 김씨는 오후 7시 5분께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와 땅을 밟았다. 삼성피해자공동투쟁 깃발을 지팡이 삼아 발걸음을 옮긴 그는 꽃다발을 받아들며 공대위 관계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김씨는 취재진에게 "철탑 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내가 여기서 떨어지면 가족에게 보상 정도는 해 주겠지 생각했다"며 "나를 살리려고 강남역을 찾고 연대를 해 주신 분들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말자며 버텼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땅을 다시 밟은 소감을 묻자 김씨는 "다리 한 번 뻗고 자는 게 사실 일상인데, 제게는 꿈이었다"며 "기쁘고 좋은 날이 왔다"고 했다.




김씨는 119 구급대가 혈압과 맥박을 측정한 결과 정상 수준에서 벗어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만큼은 동지들과 함께 반가움을 나누고 싶다"며 당장 병원에 옮겨지는 것은 거부했다. 공대위는 오는 30일 김씨가 건강 검진을 받도록 도울 계획이다.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 당했다. 




24년 넘게 투쟁을 이어오던 김씨는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지난해 7월 10일을 한 달 앞두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인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갔다. 한 평도 안 되는 철탑에서 그는 잠을 잘 때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이 해묵은 난제를 하나둘씩 해결해가고 있다. 반도체 사업장 피해 직원들에 대한 보상부터 이른바 '무노조 경영'까지 폐기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25년 전 노동조합 결성을 이유로 해고된 전 직원과 피해보상 및 명예복직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특히 해고자 복직은 이달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일어난 변화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변화들은 과거에 삼성이 성장하면서 짊어진 어두운 '그림자'였는데 이 부회장 체제에서 비로소 바로잡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인도적 차원의 대화 노력을 계속했고 그 결과 극한 상황을 피하는 합의에 이르렀다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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