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킹오브킹스 감독, 모팩 스튜디오 대표 장성호 감독

인물 / 노승빈 기자 / 2025-08-10 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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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오브킹스 감독, 모팩 스튜디오 대표 장성호 감독


1. ‘킹 오브 킹스’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그 안에 담고 싶으셨던 신앙적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크리스찬으로서 이 작품을 해야 한다는 마음과 사업적 동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시각효과 작업을 하면서 컴퓨터 그래픽 일을 해왔기 때문에 기술적인 완성도에는 자신이 있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은 제작비가 많이 들기때문에, 작은 국내 시장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잘 될만한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 찰스 디킨스의 ‘The Life of Our Lord’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도덕주의적 관점이 강하고, 복음적인 내용이 부실하고, 예수님의 신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원작으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디킨스가 어린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은 가져올 만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디킨스가 아이에게 예수님을 알려주고 싶어했던 마음은 지극한 사랑이었을 것 같아요.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결국 예수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이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회복하시기 위해 오신 것처럼요. 그래서 주님을 전하는데 이러한 이야기 방식이 독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님 이야기를 다룬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한 편도 없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호기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정말 중요합니다. 9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예수님을 다 담는 건 불가능합니다. 예수님을 바다에 비유한다면, 이 영화는 겨우 물 한 동이 정도 담은 수준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래서 핵심 메시지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수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다 다루기는 하되, ‘복음의 핵심 메시지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주님이 사랑의 본체시구나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2. 영화를 제작하며 하나님과 특별히 깊이 교감하거나 인도하심을 느끼신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작비를 구할 수 없는 어려움 때문에 정말 고난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회사의 지분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권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만큼은 완성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래도 제 지분을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인정해 줄 테니 돈을 받고 나가라는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작품을 버리고 떠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분을 포기하고 작품을 가지고 쫓겨나듯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암담한 상황이었지만, 그 일로 저는 오히려 저작권을 온전히 100% 갖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주님이 하신 일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3. 비신자나 일반 관객에게도 ‘킹 오브 킹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월터라는 아이의 시선으로 그가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예수님을 전하기만 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목표였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너무 단순하거나 유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기준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습니다.


영화는 시각적, 언어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지만, 언어적 전달에 앞서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영화적인 방식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신성을 언어적인 대사로도 표현했지만, 시각적 연출을 통해 영화 전반에 걸쳐 묘사를 했습니다.


메타포(metaphor)를 깔아 놓은 것 중 하나는 디킨스가 런던 브릿지를 건너며 비를 맞는 장면입니다. 이것을 통해 세례 받는 것을 표현했고, 그 후 디킨스가 아이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을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상징을 통해 영화 속에 복음에 대한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심어 놓았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 주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에게 어떤 관계로, 어떤 상태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영화적 연출을 통해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대사는 한국어는 한국에서 검수를 받았고, 영어는 원어민 작가가 윤색한 뒤 예일대 신학과 교수 두 분이 검수했습니다. 신학적 오류 없이 의미와 맥락은 정확히 전달하면서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heaven’보다 ‘paradise’를, 예수님에 대해서도 ‘희생제물’보다는 ‘benefit’으로 표현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신학적으로 말씀을 깊이 있게 다룬다고 해도 그 의미를 다 헤아릴 수 없고,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깨달음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가정과 교회가 채워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4. 한국과 미주의 기독교 영화 시장은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기독 영화의 사명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많이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관객들이 영화의 의도와 목적을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하며 교조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 배급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메이저 시장에서 이집트 왕자(The Prince of Egypt) 이후 27년 동안 이 정도 완성도를 갖춘 기독교 신앙 기반 작품이 와이드 릴리스(wide release) 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상징성을 획득할 것이고, 고전처럼 크리스마스 때마다 상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전 세계의 어린아이들이나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작권을 저에게 주신 것도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120여 개국에서 개봉을 협의 중에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드린 후 저작권을 선교와 전도를 위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지금처럼 미디어 이용이 압도적인 시대에, 우리가 주님을 알리고 말씀을 전하는 데에도 미디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미디어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선한 의지로 도전하는 이들의 의지를 꺾고, 몸을 사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선한 뜻과 건강한 방식으로 제작된 미디어에 대해서는 응원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5. 앞으로도 계속 신앙을 바탕으로 한 영화 작업을 이어가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어떤 주제나 인물을 다루고 싶으신지요?


성서 기반으로 구상해 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미국에서도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다음 작업은 조금 덜 부담스러운 주제나 소재를 다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투자를 받아 진행하기도 하니까 일반적인 콘텐츠도 할 계획입니다. 무엇을 하든 저의 최우선인 크리스찬으로서의 가치관은 당연히 녹아 들 수밖에 없습니다.

6. 감독님께서 좋아하시는 성경구절과 재미교포 크리스찬들에게 신앙의 격려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제일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2)입니다. 크리스찬이 되기 전의 제 삶은 그냥 결핍을 채우는 삶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물질, 권력, 명예 등을 추구합니다. 아이들이 덕질을 하는 것도 결핍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추구가 무가치하다는 의미가 아니고, 가치관의 최우선에 주님이 계신가 아닌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이 “…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요한복음 4:14)라고 하신 것처럼, 저는 그분을 체험하고 나서 근본 없는 갈증과 결핍이 사라졌고, “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이 이런 뜻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자유함이 넉넉한 여유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구원은 우리의 노력이나 행위로 받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거저 받은 선물입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상에 그 사랑을 베푸는 것입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신앙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장 중요한 ‘사랑’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신앙적으로 무엇을 하든 사랑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나가서 손해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왜 저렇게까지 내어줄까?’, ‘왜 다 베풀고 있지?’, ‘무엇 때문이지?’라고 생각하게 될 때, 비로소 그 사람의 근본을 바라보게 되고, 주님을 찾게 될 것입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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