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최휘영 놀유니버스 공동대표를 지명했다. 플랫폼 산업을 이끌어온 대표적 민간 CEO가 문화 행정의 수장 자리에 지명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 인사다.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정부가 문화·관광 정책을 ‘산업’과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다.
최휘영 후보자의 이력은 민간 플랫폼 산업에서의 ‘혁신적 경로’ 그 자체다. 연합뉴스와 YTN 기자로 사회 경력을 시작한 최 후보자는 NHN 대표이사 시절 검색광고 모델 정착과 콘텐츠 사업 확장으로 네이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여행 앱 ‘트리플’을 창업해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여행 서비스를 현실화했고, 인터파크 대표를 거쳐 2024년 말 야놀자와 인터파크트리플의 통합을 주도하며 ‘놀유니버스’를 출범시켰다. 놀유니버스는 단순한 여가 앱을 넘어, 항공·숙박·공연·쇼핑 등 여가 산업 전반을 통합하는 ‘여가 슈퍼앱’을 지향한다.
대통령실은 최 후보자를 “플랫폼 기반 여가산업 혁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이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인선이 아닌, 디지털 전략에 기반한 문화·관광 혁신을 본격화하려는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기술과 여행 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 회원·포인트 통합,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 협업 같은 전략은 문체부를 하나의 ‘정책 플랫폼’으로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문체부를 더 이상 단순한 문화·예술 지원 부처로 두지 않겠다는 구상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K-컬처를 산업화하고,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지역 문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등 보다 ‘정책형 플랫폼’의 사고방식이 뒷받침된 행보를 예고해왔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휘영이라는 카드의 등장은 놀랍지만 어쩌면 필연적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늘 정답은 아니다. 여기서 최 후보자의 ‘문체부행’은 하나의 물음표로 바뀐다. 문체부는 산업 진흥 부처가 아니다.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고, 예술 생태계를 보호하며, 사회적 약자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조정하는 공공 정책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역할은 단순한 시장 논리나 사용자 편의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플랫폼은 속도와 효율, 수익을 지향한다. 반면 문화는 느림과 다양성, 공동체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다. 수익성이 낮은 실험 예술, 지역 기반의 소극장, 비시장적 전통문화 등은 플랫폼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공정책은 이 '틈'을 보듬기 위한 것이며, 문체부의 진정한 역할은 이 간극을 메우는 데 있다.
최휘영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단지 민간의 효율을 공공에 이식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그는 이제 기업 CEO가 아닌 공직 후보자다. 여가 산업을 넘어서 문화 예술의 생태계 전반을 이해하고, 그것이 가진 비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파급력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기반 혁신은 ‘수단’이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이번 인사는 문화정책의 방향 전환이자 실험이다. 문화 행정 시스템은 여전히 수기 통계에 머물러 있고, 관광 데이터는 단절되어 있으며, 지역 문화 예산의 집행 역시 비효율적이다. 이 구조에 민간 플랫폼의 전략과 기술, 속도를 더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속도가 문화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기에 기대만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디지털 전략가로서의 통찰력과 공공정책가로서의 감수성,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었을 때에야 비로소 문체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완성된다. 최 후보자는 놀유니버스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공공 정책의 세계는 민간과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작동한다. 이제 그가 설계할 것은 여가 산업이 아닌 ‘공공 유니버스’다.
문화는 기술보다 느리고, 산업보다 넓으며, 시장보다 깊다. 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세계를 플랫폼의 언어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성공하려면, 산업 전략만큼이나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놀유니버스가 정책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을지, 아니면 공공성과 충돌하며 방향을 잃게 될지는 앞으로의 청문회, 그리고 집행 과정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문체부에 ‘속도’를 부여하려 한다. 그러나 그 속도가 ‘문화적 깊이’를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최휘영이라는 플랫폼 전략가가 과연 정무 감각을 갖춘 문화 행정가로 전환될 수 있을지, 그 해답은 이제 공(公)의 시간 속에서 검증될 것이다.
출처: 뉴스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