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색해도 최선 다해달라”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다음 날인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다수 참석했다. /연합뉴스
< “어색해도 최선 다해달라”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다음 날인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다수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들과 첫 국무회의를 했다. 기업 간 불공정 거래 조사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인력 증원을 주문했고, 고용노동부에는 근로감독관 확충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1호 공약’으로 경쟁력 강화를 약속한 인공지능(AI) 관련 부처 장관에게는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달라”고 했다.

60일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대선 승리 다음날 곧바로 대통령 업무에 들어간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과라도 일단 집권 초반 국정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국무회의는 이례적으로 긴 3시간40분가량 진행됐다.

◇“해수부 부산 이전 조속히”

네 시간 가까이 이어진 국무회의 도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네 시간 가까이 이어진 국무회의 도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제·산업 관련 부처로부터 주요 현안을 보고받았다. 사회 및 외교안보 분야 부처도 애초 보고 대상이었지만 경제 현안과 관련한 논의가 길어져 비경제 부처 보고는 추후로 밀렸다. 국무회의는 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관이 현안 보고를 하면 이 대통령이 질문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개별 부처 장관들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렸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과 연구개발(R&D) 현황을 보고하자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불공정 하도급 거래와 기업 간 담합 조사 등을 담당하는 공정위 조사 인력과 근로기준 관련 법 및 제도를 준수하는지 사업장을 관리·감독하는 고용부 근로감독관 증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해양수산부의 조속한 부산 이전 준비도 지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는 농산물 등의 물가 안정 대책을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업무보고를 한 장관들과 국정 현안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며 “장관들도 의견을 개진했다”고 했다.

◇‘김밥 회의’ 공직사회 긴장

이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국무회의는 오전 10시 시작해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1시40분까지 진행됐다.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김밥 한 줄로 식사를 때웠다. 이 대통령은 첫머리발언에서 “체제 정비가 명확하게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동안도 국민은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한다”며 “최대한 그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헌법기관으로서 법률에 의해 할 일들이 또 있지 않냐”며 “현 상황을 여러분이 각 부처 단위로 가장 잘 알 것이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의견을 듣고, 드릴 말씀은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가진 권한, 책임도 한순간도 소홀할 수 없지 않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전날 저녁에도 ‘1호 행정명령’으로 구성을 지시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약 2시간20분간 주재했다. TF 회의에는 경제 관련 부처 차관과 1급 실무자들이 참석해 현안 보고를 했다. 재정 투입의 효과가 높은 추가경정예산안을 어떻게 편성할지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후 열린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앞으로는 국가의 무관심이나 부주의 때문에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집단 참사를 겪는 일은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발생을 막을 수 있었는데 부주의나 무관심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탄핵 정국에서 자칫 느슨해졌을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도 “공직자의 일은 하자면 끝이 없다”며 “중앙 공무원들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할 때도 이 대통령은 공무원의 복지부동 문화를 깨고, 그들이 일을 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해 공직사회에서 ‘이재명은 공무원을 다룰 줄 안다’는 말이 나왔다”며 “당분간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