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진석 추기경 유작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 출간

종교 일반 / 유제린 기자 / 2021-06-22 10: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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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출판사, 카폰 신부에 관한 많은 사진 수록

▲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 출간.
[세계투데이 = 유제린 기자] 올해 3월 ‘6·25 전쟁의 성인’, ‘전장의 그리스도’라고 불린 신부의 유해가 발견돼 70년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6.25 전쟁에서 미 군종 신부로 참전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하다가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서 만 35세의 나이로 숨진 에밀 카폰(Emil Joseph Kaqaun) 신부의 이야기다.

유해 발견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했던 이는 병상에 있던 故 정진석 추기경이다. 6.25 전쟁통에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사제의 길로 진로를 바꾼 정 추기경은 신학생 신분이었던 당시 우연한 기회에 ‘종군 신부 카폰’을 읽고 1956년 우리말로 번역해 책으로 냈다.
 

정 추기경은 사제가 된 이후로도 줄곧 카폰 신부의 시복시성(諡福諡聖)을 위해 기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평소에 정 추기경님께서 카폰 신부님에 대해 각별하셨다”라며 “병상에서 고통이 심하셨을 텐데도 카폰 신부님의 유해 수습 소식을 듣고 크게 반기시며, 당신이 마지막 소임을 다 한 것에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이번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을 위해 병상에서도 추천사를 쓰고 수정 사항을 전달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폰 신부의 생애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애썼다.
 

이 책에서는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적도 없고 신앙을 강요한 적도 없으며, 항상 겸손하게 살아가는 카폰 신부의 모습이 드러난다. 묵묵히 신앙생활을 하는 그에게 감화돼 많은 이들이 신앙을 가졌고, 잃었던 신앙을 되찾았다. 병사들에게 카폰 신부는 사목하는 신부이자, 함께 전투하는 전우였다. 그는 실제로도 마지막까지 부상병을 돌보며 남아 있다가 포로가 됐고, 결국 포로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런 카폰 신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카폰 신부를 직접 만난 이들이 보낸 편지와 그들의 증언을 담고 있다.
 

가톨릭출판사(사장 김대영 신부)는 이번 개정판에서 시대가 지나 어색해진 표현을 수정하고, 오래 간직하기 좋도록 더욱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바꿔 출간했다. 또한 카폰 신부가 소속돼 있던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 교구와 협력해 위치토 교구에서 보내 준 추천사와 카폰 신부에 관한 많은 사진을 수록했다. 카폰 신부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최근 RFA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폰 신부의 업적과 선행이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줬고, 그를 통해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한편, ‘한국전의 예수’로 불리는 에밀 카폰 신부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카폰 신부에 대한 관심이 미전역으로 확산하고, 카폰 신부의 시성이 가시화됐다는 전망과 기대가 잇따랐다.
 

앞서 카폰 신부의 출신 교구인 미국 위치토 교구는 카폰 신부의 시복시성 운동을 펼쳐왔고, 교황청 시성성은 1993년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2013년 카폰 신부에게 미국 최고 무공 훈장인 ‘명예훈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유제린 기자 wpfls1021@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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